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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9 10:48
지리학을 공부한 항공사진가입니다. 이번에 항공사진집을 내었습니다.
제목은 飛上(비상)-하늘에서 본 우리땅의 새로운 발견(Discovery of Korea from above)-이라는 졸작입니다. 사람이 만든 풍경도 있고 원시 자연의 모습도 담겨있습니다. 무엇보다 삶의 현장을 닮고자 노력했습니다. 한 번도 이런 장면을 보지는 못했을거라고 감히 자신하며, 읽고 보는 즐거움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는 사진집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끝으로 저자 인세는 이 땅을 지키는데 애써는 환경단체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힘써는 아름다운 재단에 2할씩을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제 작업을 이어가는 밑거름으로 쓰겠습니다.
주문 연락처: 출판사 02) 501 9016, 작가 010 2645 2782, koreantrek@gmail.com
농협: 244 02 060 778, 여상호(엔타임). 계산서 발행됩니다. 단체 구매시 할인됩니다.
끝으로 한겨레 사진마을 운영자이자 사진강사인 곽윤섭기자의 추천사로 사진집의 성격과 내용을 대신할려고 합니다.
사진집 추천사
사진을 어느 정도 찍을 줄 알아야 하는 전공이 있다. 건축학과가 대표적이다. 건물을 짓기 위한 설계부터 준공검사까지 사진이 필요하다. 외부에 맡겨도 되지만 직접 찍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와 제훈이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찍는 장면을 떠올려보시라. 그 외의 전공 중에서 인류학과, 사회학과 학생들도 사진을 배울 필요가 있다. 민속지학 연구를 한다면 사진은 필수항목이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경우는 말 할 것도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사진을 빼놓을 수 없는 전공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리학이다. 1989년 중국 천안문사태 당시 광장에서 탱크에 홀로 맞선 학생을 찍은 사진으로 유명한 매그넘 사진가 스튜어트 프랭클린은 옥스퍼드 지리학 박사출신이다. 화려한 색감과 오지의 풍경으로 눈에 쏙 들어오는 사진만을 싣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는 인류학, 고고학, 지리학분야를 다루고 있다.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지리학(건축, 인류, 사회, 디자인 등)을 하는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 유리한 점이 많다. 신병문도 지리학 전공이 항공사진촬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기 위해서는 우선 하늘로 올라가야하고 방위를 알아야하고 지도(결국 하늘에서 내려다본 것의 축약이 지도라는 관점에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거기까지 하면 누구나 항공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 것도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는데서 이제 신병문의 항공사진을 읽는 법이 시작된다. 책의 사진은 크게 두 가지 부류다. 하나는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이며 다른 하나는 자연이다. 논과 밭, 염전, 해수욕장, 방조제, 양식장, 고분, 비닐하우스, 공장 등은 어떻게든 사람이 만들어낸 흔적들이다. 짧게는 몇 년 길어봤자 몇 백 년 지나지 않아 싹 바뀔 풍경들이다. 반면 자연의 사진은 이렇다. 땅이 융기하여 산과 바위가 되고 내려앉은 곳엔 물이 고여 호수가 되고 거기서 물길이 연결되어 강이 되고 바다와 만나면서 갯벌을 통과하고 먼 바다를 건너다보면 섬이 있다. 이런 자연환경은 대체로 오래된 것들이다. 산과 바위 중에는 대략 15억 년 전에 형성되어 지금껏 이어오는 것도 있다. 아마도 앞으로 몇 억년까지는 이 모양들을 그대로 유지할 것 같다. 신병문의 항공사진은 사람과 자연의 만남을 놓치지 않고 이어나간다는데 가장 큰 특징이 있다. 사람의 흔적이 닿은 장소를 찍은 사진과 자연의 사진이 닮았다. 고층 아파트가 하늘로 치솟는 모습과 강원도 정선의 자작나무숲이 하늘을 찌를 듯 올라오는 것이 닮았다. 야적장 컨테이너와 나주 우습제 연꽃의 패턴이 닮았다. 자연에서 사람을 찾았고 사람이 손을 댄 환경에서 자연스러움을 찾아 찍었다.
모든 사진들이 조형적 아름다움을 갖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둥근 조각칼로 긁어낸 것 같은 골프장과 계단식으로 지구의 피부를 파 들어가 허옇게 속살을 드러낸 석회석??광산도 아름답게 보였다. 뭐 어쩌겠는가. 모두 사람이 살기 위해 만든 것이니 필요이상으로만 파헤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래봤자 겨우 몇 천 년 후엔 골프장이나 광산은 지구의 자정능력에 의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신병문의 항공사진들은 차분하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높은 곳에서 본 사진이니 사람이나 밭이나 집이나 자동차나 무덤이나 강이나 해안선이나 섬이나 갯벌의 물결무늬가 모두 박물관에서 보는 미니어처 세트장으로 보인다. 키가 100~200미터 쯤 되는 거인이 우리 사는 곳을 보면 딱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아옹다옹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다” 신병문의 사진은 담담하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겨레 스페셜콘텐츠팀 선임기자 곽윤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