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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0 12:25
어제 밤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 다른 카페에 작성한 페이퍼입니다.
교육과정 개정 작업으로 지리과가 위기인 듯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어야 겠죠. 시간 나실때 시집 한번 펼쳐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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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와 문득 시 한편 읽어볼까 서재를 뒤지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시집을 찾아 보았습니다.
몇권 있네요. 이중에서 제 멘탈에 큰 자양분이 되어준 시집과 시 몇 편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써야 할 글도 있고, 읽어야 할 책도 많지만, 문득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 언젠가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시'이기에 노트북 들고 카페로 나왔습니다.
우선,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입니다. '선운사에서'라는 아주 잘 알려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가 있지만, 이번에는 다른 시 두편을 올립니다. '가을에는'이라는 시입니다. 지금도 가을이네요. 3년 전에 밑줄치고 메모한게 있네요. 딱 한마디 '그러게...'
언제나 사랑이라는게 그리움이라는게 "내가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갈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의 동의도 없이 떠나는것 또한 사랑인것 같습니다.
다음 시는 '사랑의 힘'이라는 시입니다. 사랑의 힘이야 말해야 뭐하겠습니까!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저같은 "바보도 시를 쓰"게 하는게 Power of Love겠죠. 저는 이 시에서 "정녕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도 기꺼이 속아주지 않으리"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결국 사랑이란 그 전제가 '기만'인건 아닐까 하는 비관적 생각도 드네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히 불인걸 알면서도 죽을줄 알면서도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어쩔수 없는거겠죠. 아마도 그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이 세상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요?!
두 번째 시집은 이성복 시인 시집입니다. 제가 이 시인을 알게 된 시는 '남해 금산'을 통해서입니다. 이성복 시인의 동명의 시집으로 두번째 시집이죠. "그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로 시작하는 두 남녀의 사랑에 관한 시입니다. 저는 이 시를 알게 된 다음부터 경상남도 남해에 있는 이 '금산'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에 가면 과거의 많은 일들이 다시 생각나고 다시 슬퍼지고 또다시 웃으며 살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여하튼 이성복 시인의 시 정말 좋습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시는 '전어'입니다. 어쩌면 이 시를 읽고 나면 가을이 제철인 '전어'를 보는 시선이 바뀌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전어에게 미안한 마음에 전어 대신 '꽁치'로 메뉴를 바꾸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메모했듯이, 전 이 시를 읽고 참 '투명'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 속에 나오는 '회 뜨는', '모가지', '검은 피', '뱃대기' 같은 단어와는 반대로 참 투명하다. 맑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전어의 희생을 통해 인간 세계의 평화와 투명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전어이니, 가정의 평화를 지켰을테니 일면 억지 같은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시인은 제 인생을 조금은 바꿔 준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기형도 시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있는 시 두편입니다. 기형도 시인은 아까운 29살의 나이에 심야 극장에서 죽은(?)채 발견되었습니다. 이 시집도 그가 죽은 후 발간되었습니다. 기형도의 시는 무겁고 무겁고 어둡습니다. 그래서 더 끌려드는 힘이 있습니다. 희한한건 '질투는 나의 힘'이란 동명의 영화는 박찬옥 감독의 영화인데, 저는 왠지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읽거나 생각을 하면 홍상수, 김기덕 감독이 생각납니다. 김기덕 감독은 뒤에 소개하는 '빈집'이라는 시 제목과 같은 영화를 만들었죠. 여하튼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참 홍상수 감독 좋아하시는 분 계시나요? 전 이 감독을 아니 이 감독의 작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참 별것 없이 사람을 웃기고, 슬프고,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들도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느끼실때가 있나요? 어쩌면 인간은 이승에서는 "한번도 스스로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일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마지막 시는 제가 읽고 있으며 아는 시 중에 첫번째로 꼽는 기형도의 '빈집'입니다. 첫 문장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마지막 문장의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를 통해 왠지 시를 읽은 이로 하여금 '잃고', "갇힌" 존재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기형도 시인이 이 시를 창작할 당시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또는 정말로 사랑을 잃고 헤매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시'라는게 이렇게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주는게 매력이 아닐까요? 격하게 공감하고 참을 수 없이 이해되는, 그런 시 한번 읽어보시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