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지리학회장님께서 기고하신 글입니다.
양보경 대한지리학회 회장·성신여대 교수
'역사를 모르면 미래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지리'를 모르면? 답은 '국가가 없다'이다. 모든 사회 현상은 땅, 지리 위에서 일어난다. 프랑스에서는 사회를 이해하는 토대 과목으로 지리를 중시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고교 전학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지리 과목은 필수 교과다. 고교에서는 인문사회·자연 계열에 따라 시수 차이가 있지만 역사와 지리를 동일 비중으로 학습한다. 국가입학시험(바칼로레아) 문항 수와 배점, 수업시수, 교육과정 단원 수, 교과서 페이지까지 역사와 지리는 동등하다. 영국의 경우 중학교에서 과학은 통합 명칭을 쓰지만, 지리와 사회는 분리돼 있다. 선진국들은 지리 교육을 역사 교육 못지않게 매우 중시한다.
우리는 식민지 경험을 했다. 독도, 동해 지명, 백두산 문제 등 수많은 지리 문제들도 안고 있다. 그런데도 갈수록 지리 교육을 홀대하고 있다. 아니, 지리 교육은 죽어가는 듯하다. 교육부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안을 만들고 있다. 관심은 온통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쏟고 있다. 그 사이 다른 교과 교육안이 어떻게 균형적이고 올바르게 만들어지는지는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회'과 교과에 속하는 과목은 지리, 역사, 일반사회, 윤리(도덕)다. 그런데 중학 사회의 경우 역사와 도덕이 분리되고, 지리와 일반사회가 '사회'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 통합교육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통합교육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네 과목 중 두 과목만 섞어 놓으면 진정한 사회 통합교육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교과서 모양새는 더욱 이상하다. 중학교 1학년 사회1에 지리와 일반사회가 반씩, 중학교 3학년 사회2에도 반씩 나뉘어 있다. 지리와 일반사회 전공 교사는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영역을 절반 가르쳐야 한다.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부실 수업으로 학생들이 사회를 싫어하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막바지에 교육부는 2년에 걸친 연구안을 뒤엎는 요구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과목 또는 교과서를 지리와 일반사회로 별도 구성하자는 기본연구 등은 무시되고 일방적으로 일반사회에 유리한 내용들이다. 중립적으로 국가 미래 교육을 관리하고 여러 영역의 협력과 조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교육부 담당자들이 특정 교과의 이해만 대변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교육에는 기본이 되는 과목이 있다. 지리가 국가의 토대 과목임을 잊으면 미래 국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