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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8 12:00
지리가 망하면 국가도 민족도 없다.
인천 부광고교
교 감 이 우 평
지리 없이 사람다운 삶이 가능할까?
일상 생활에서 지리는 늘 우리 삶 가까이 있다. 모르는 길을 물어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하여 풍수지리에 입각한 묘자리와 집터의 선정, 공장 입지의 선정, 지역의 명소와 대표 특산물 그리고 먹거리, 세계 여행에 필요한 각국의 정보, 그날그날의 날씨와 기후에 대한 이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길, 자연의 생태적 가치와 인류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해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지리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여 지리를 벗어난 인간 삶의 해석은 불가하다고 하겠다.
최근 교과부에서 추진하는 ‘2009 교육과정 및 수능체제 개편안’에 따라 학교현장에서 지리과목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과연 지리를 공부하지 않고 세상을 알차고 올바르게 살 수 있을까? 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지리에 대한 이해 없이 세상을 살기에는 너무나 빈약하고 황량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세계화의 시대이다. 개인이듯 국가 차원이든 간에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알아야 한다. 이렇듯 강조되어야 할 지리교육이 학생 입시 부담 경감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교육에서 사라질 판이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이에 대한 반박의 단상을 몇 자 적는다.
왜 자라나는 2세들이 지리를 배워야 하는가. 먼저 세계화 이야기를 해보자. 미래의 세대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무대는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이다. 그야말로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면서 세계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 없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세계를 상대로 세일즈도 하고, 외교도 하고, 국가 안보에 관한 협력도 해야만 한다. 그 나라에 대한 아무런 이해와 정보 없이 우리 물건을 팔고, 또 그 나라의 물건을 사 들이고.... 물론 형식적으로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질의 문제이다. 상대방을 제대로 알아야 그에 따른 적합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세계와의 치열한 경쟁의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단히 세계를 알아야만 한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야 할 책임과 역량 있는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지리는 반드시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도구이자 최적의 교과이다.
환경이야기를 해보자. 인간은 자연과 공존할 때만이 참다운 삶이 보장된다. 그동안 줄기차게 구가해온 산업화, 도시화로 국토강산은 병들 대로 병들고 오염되었다. 물질의 풍요는 얻었으나 영혼은 지치고 삶의 터전마저 온갖 쓰레기로 넘쳐난다. 일방적으로 자연을 압박하고 강제하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 후손들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숲에 새가 찾지 않고, 강물에 물고기가 놀지 않는 삭막한 자연에서 우리 후손들은 서서히 절망의 늪에 빠질 것이다. 지구를 구하고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삶은 자연환경이 본래의 모습을 지켜낼 때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이끌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기본 개념과 원리로 하는 지리과목을 철저하게 공부해야만 가능하다.
국방과 영토교육의 관점에서에서 생각해보자. 국가는 영토가 보존될 때만이 국가의 존립과 안위가 보장된다. 지금 세계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이념을 뛰어 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토 확대를 위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속한 동북아의 정세를 살펴보자. 일본은 수시로 고래 힘줄 같은 집요함으로 독도가 자기 나라 땅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외쳐댄다. 물론 자기들 입장에서는 말이 될 지언정... 중국을 보자. 동북공정을 앞세워 멀쩡한 남의 나라 역사까지 뒤집어 놓는다. 억지를 쓰며 만리장성이 한반도를 쑤시고 들어오고, 광개토대왕이 자기들 나라 주변 민족 중의 한 역사인물로 치부하며 한반도 땅 덩어리 자체를 넘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은 물론 자라나는 2세들에게 영토 수호의 필연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가와 민족사랑이라는 정체성을 확립시켜 국가의 안위를 지켜낼 수 있는 최적의 도구교과는 두말할 나위 없이 지리교과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음이 물론이다.
개인의 삶 차원에서 접근해보자. 누구나 원하는 곳에 여행을 떠나고, 자연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지리을 알면 그러한 여행과 관광의 삶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다. 시멘트 문화에 길들여진 습관과 관성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픈, 그래서 슬로라이프와 여행의 트랜드도 생태관광과 웨빙관광으로 바뀌고 있다. 전국 곳곳에 만들어진 산책길과 제주도 올레에는 사람들이 발길이 이어진다. 삶의 즐기는 방법도 지리를 알고 보면 더욱 풍요로울 수 있다. 학교현장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이 세상을 더욱 알차고 사람답게 살게 하는 방법을 일러주는데 지리교과가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내셔날지오그래피 채널과 책자가 사람들 손에 오래 머무는 이유를 꼭 말과 글로 설명해야만 하는가! 그만큼 지리는 생활의 일부이고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상의 친구같은 도구라 볼 수 있다.
개인적 경험으로 지리를 좋아해서 지리교사가 되었지만 정말 지리를 제대로 알면,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기회와 선택의 귀로에서 큰 도움을 얻는다. 지역과 공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관점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등에 대한 의사결정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데 지리교과만큼 훌륭한 교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리를 사랑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사랑할 것이다. 전국의 지리인이여! 힘을 모아 이 험난한 해일로부터 지리를 지켜내자.
* 이글은 2010년 8월 사회과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지리교육을 수렁으로 내모는 교육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작성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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