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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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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산업 정책은 경공업 활성화를 통해 자립 경제를 수립하는 것을 방향으로 삼았다. 이른바 수입 대체 산업화로, 삼성이 초창기에 영위했던 비료, 섬유 등의 산업이 당시 주력 산업이었다. … 하지만 IMF, IBRD 등을 통해 자금을 원조 받다가 상업 ‘차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서 외화 자금으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경공업은 해외에서 자재를 수입해야만 했기 때문에 외화 유출이 많았다. 국민국가의 재정 측면에서도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 그 돌파구로 마련한 것이 바로 1973년의 중화학공업화 선언이었다. 정부는 철강·비철금속·기계·조선·전자·화학 산업 등 총 6개 산업을 통해 중화학 공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경제를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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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에서 설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선박 설계는 설계하는 순서에 따라 기본 설계, 상세 설계, 생산 설계로 구분된다. 기능에 따라서는 선체 설계(선각 설계), 의장 설계로 구분된다.” (결국 앞으로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는 기본 설계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며, 그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기 위한 의장 설계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2000억 정도의 2만 TEU 컨테이너선과 2조원 가가까운 초호화 유람선의 부가가치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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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해양플랜트들은 서로 공통점이 거의 없다. 북해에 놓이는 원유 시추 설비와 멕시코 만에 놓이는 원유 정제 설비 간에는 해양플랜트라는 이름 말고는 특별한 공통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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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를 통해 원유나 가스를 시추할 수 있게 하는 ‘장비’가 중요하다. 내부를 텅텅 비우던 선박과 달리 해양플랜트의 내부는 장비와 전선과 배관으로 가득하다. 다른 말로 하면 ‘복잡도’가 현저하게 높아진 것이다.” (수 년 전 티비 광고와 언론 보도에서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종류의 내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리 우리 조선업체가 해양플랜트 제조에서 기술력이 광고에서 떠든 것처럼 그리 뛰어 난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컨테이너 선박과 바다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시추선은 완전 다른 거겠죠. 이 당연한 사실을 그 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배위에 떠 있는 비슷한 배라 생각했었습니다.)
147~159페이지
“2010년대에 들어 조선 3사는 수도권에 전략적으로 ‘엔지니어링 센터’를 짓겠다고 공언했다. … 조선 3사의 서울 진출은 바로 이런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한 것으로, ‘인력 유출’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방지책 정도로 볼 수 있다. 거제도 근무를 시켜도 거제도 사람이 되지 않고 기어이 셔틀버스를 타고 매주 상경하는 일만 없었어도 이런 방법까지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 90% 이상이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10%의 문과 출신 신입사원들에게 부산·경남권 공대 출신들은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였다. ”내가 이런 사람들과 같이 근무하려고 그렇게 근무했나“하는 푸념을 내뱉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부산·경남권 공대 출신들은 ”와, 저 사람들이 내 동기야?“라며 감탄한다. 물론 수도권 ‘대도시’ 출신들의 ‘젠체’에 대해 빈정대는 이들도 있다. 이런 이질감은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상당 부분 완화된다.(하지만 부서 배치 이후에는 동문회를 통해 다시 ‘다른 가치’를 주입받는다. - 예컨대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동문회는 자신들의 ‘엘리트 의식’을 고양하면서 회사의 주요 이슈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한다. 하지만 중역이 많이 배출되지 않는 대학 동문회에서는 주로 선후배 간의 애착을 강조한다. 선배들은 ‘무난한 직장 생활’을 위한 처세술을 강조하기 일쑤다.) … 최근 들어 채용 자체가 힘들어진 조선 산업의 상황은 애초에 조선 3사를 ‘돈 많이 주는 대기업 중 하나’로 생각했던 수도권 대학 출신 엔지니어들에게는 별로 맘 쓰이는 일은 아니다. 다른 업종을 찾으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 3사를 ‘꼭 가야 하는 대기업 중 하나’로 생각했던 부산·경남권 공대생들은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조선업계는 가장 충실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을 잘 ‘모시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이들은 ‘서울’ 혹은 더 처우가 좋은 서울의 다른 회사를 찾고 있는 엔지니어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을까?” (전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그리고 모든 사회 문제의 기저에 깔린 근본 문제를 ‘지역 격차’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163~165페이지
“산업도시를 재생산하고 엔지니어의 인적 다양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초 집단의 중공업 현장에 여성 엔지니어를 충분히 채용하는 것이다. … 조선 산업을 위시한 중국의 제조업이 약진할수록, 산업 지식을 어떻게 축적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담론은 계속될 것이다. 작업장 엔지니어들의 ‘분투’가 또 다른 한계에 부딪히고, ‘배움’과 ‘성장’을 원하는 랩실 엔지니어들이 서울행만을 기다리며 거제도를 불모의 땅으로 인식하거나, 아예 포부를 내려놓고 ‘월급이나 받는 생활인’으로 자신을 내려놓게 되는 일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수록 위기론은 더욱더 거세질 것이다.” (작금의 조국 임명 후보자에 대한 서울대와 고려대 등 대학생들의 집회를 보며 1990~2000년대 태어난 그들의 생각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 참 궁금해집니다. 여러 신문 기사들을 읽어봐도 도통 알 수는 없고, 그냥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속이 좁은 것 같다는 생각뿐입니다.)
167~177페이지
“한국에서 경제 성장을 온몸으로 체험한 세대는 과연 어떤 세대일까? 1950~1960년대 생들일 확률이 높다. 전란을 겪은 후 베이비부머로 태어난 이들은 언제나 오늘보다는 내일이 좋았던 시절을 살았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 수준일 때 태어난 이들은 현재 3만 달러까지 치솟은 1인당 국민소득을 경험하고 있다. … 예전에는 유명한 온천 관광지이자 국내 최초의 워터파크인 부곡 하와이만 놀러가도 좋다고 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연이은 성과급으로 해외여행도 다닐 수 있게 됐다. … 그사이 “하면 된다”는 구호는 관성이 되었다. … 어려워진 시장 흐름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것이었음에도 그걸 제대로 체감한 사람들은 없었다. 일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월급과 상여금, 성과급이 제때 나오고, 삶의 형태를 바꾸어야 할 만큼 커다란 제약이 생기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을 구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 동남아시아의 조선소들이 떠오른다. 동남아의 조선소들은 싱가폴 등의 거점을 활용하여 유럽의 엔지니어들을 유치하고, 수빅처럼 한국의 생산 설비를 유치하기도 하며, 한국이나 일본보다 느슨한 환경 규제를 활용해 위험천만하지만 ‘저렴한’ 생산비를 확보해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하는 정책은 사실 우리도 과거에 취했던 전략이다. 돌고 돈다.)
209~216페이지
“바로 옆에서 똑같은 공정을 처리하고 있더라도 자신들과 그들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명찰로 사람을 식별하고 위계를 나누는 일은 야드 바깥뿐 아니라 야드 안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 노동조합은 대의상으로는 노동운동 차원에서 사고할 수 있지만, 실제 협상을 수행할 때는 철저하게 조합원들을 최우선으로 생기게 된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업별 노조 형태로 되어 있는 한국의 노동조합 운동에서 ‘다른 법인’ 사업자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공식적인 발언권은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집행부는 노동운동의 대의를 받들어, 조합원 복지를 넘어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어려운 시장 상황은 그들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그들을 자신들의 이권 안에 고립되게 만든다. … 조산 3사는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높은 생산성을 뒤돌아보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이제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은 물론 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나도 달라졌다.” (말로는 생각으로는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확대를 이야기하며, 한편으로 ‘난 그들과 달라’라는 일종의 우월감, 편 가르기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작금의 조국 후보자의 딸 입시 문제를 제기하는 대학생들도 ‘난 너희와 달라’라는 기득권층의 우월감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