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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8 00:00:01)

[탐사보도]유행처럼 번진 물류허브 남은건 국민부담 
[세계일보 2007-04-08 19:33]    


‘동북아 물류중심지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정부는 2003년 2월 출범과 동시에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이라는 야심찬 비전을 내놓았다. 이에 때맞춰 민선 3기 시절 지자체들은 동해안 쪽에서는 ‘환동해권 물류허브’ 서해안 쪽에서는 ‘환황해권 동북아물류 허브’ 내륙 쪽에서도 ‘물류거점도시’라는 청사진을 앞다퉈 제시했다.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지금 ‘동북아 물류중심’이라는 슬로건은 슬그머니 어디론가 사라져가고 있다. 취재팀은 민선 1기부터 4기까지 이어진 물류사업의 흐름속에서 부풀대로 부풀었던 동북아 물류의 ‘거품’을 고스란히 포착할 수 있었다. 


◆동북아 물류중심지 ‘신기루’였나=취재팀이 지자체의 물류사업을 시기별로 분석한 결과 민선 1·2기에는 주로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시절에는 국책사업으로 결정된 인천국제공항이나 부산신항만 청주국제공항 등 이미 삽을 뜬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쪽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민선 3기부터 사정이 확 달라졌다. 지자체들은 참여정부의 출범에 맞춰 물류허브의 핵심인 신항과 신공항을 새로 건설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기존 시설을 대폭 확충 물류기지로 변신하겠다고 공언하기 시작했다. 
지자체가 3 4기 시절 내놓은 물류기지 청사진은 판에 박은 듯 똑같았다. 전북에서는 신항만과 국제공항 자유무역지대를 묶는 계획을 제시했고 인천과 경북 부산 전남 울산 경기 등 해안을 끼고 있는 곳들은 일제히 동일한 ‘사각’(항만-공항-배후물류단지-자유무역지역 또는 관세자유지역) 혹은 ‘삼각’(항만-공항-물류단지) 물류벨트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대구와 충남처럼 내륙의 물류거점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지자체들까지 눈에 띄었다. 지자체들 사이에 물류허브가 유행처럼 번져갔던 셈이다. 
◆건설계획 반려·취소 잇따라=지자체의 이 같은 야심찬 물류허브 계획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우선 1·2기에 신항을 건설하겠다는 지자체는 경북(영일만신항)과 전남(목포신외항) 두 곳에 불과했으나 3기 들어서는 전북(군산신항만 새만금신항만) 충남(당진항 보령신항) 울산(울산신항만) 등이 뒤따랐고 지난해 출범한 4기에도 인천이 신항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지자체 출범 전 삽을 뜬 평택항과 2005년 착공한 영일만신항 민자를 유치해 2004년 개항한 목포 신외항 등만 그나마 계획대로 진행됐을 뿐이다. 보령신항 계획은 지난해 해양수산부에서 ‘물동량 부족’을 이유로 지연되고 있고 인천신항은 타당성 및 총사업비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전북은 올 10월 ‘세계물류박람회’를 개최해 글로벌 물류기업을 도내에 유치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지만 새만금신항은 지난해 제2차 전국무역항 기본계획에서 제외돼 기약 없이 기다려야 될 처지다. 
육상 물류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구는 민선 2기에 종합물류단지를 추진했다가 민선 3기에서 사업 재검토 후 관광·레저단지로 물러서고 말았다. 
이 밖에 민선 4기 들어 부산(남부권 신국제공항) 대구(영남권 신국제공항) 울산(동남권 신국제공항) 제주(제2공항) 등도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돈 쏟아 붓고 역내 물류항 전락할 수도”=원래 물류허브는 단순히 수출입이 아닌 외국에서 실어온 상품을 다시 가공해 목적지로 실어나르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사업이다. 지자체들이 동북아 물류허브에 뛰어들었던 것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상품들이 상당 부분 우리나라를 거쳐 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실제 2000년 이후 한국의 환적화물량이 4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이 대규모 항만시설을 확충함에 따라 환적화물량은 기대에 못 미치는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의 항만시설 확충 전인 2001∼2004년에는 25% 전후의 환적화물량 증가율을 보였으나 2005년에는 불과 4.3% 증가에 그쳤다. 한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는 상하이항뿐 아니라 칭다오 톈진 다롄 등 ‘환발해권’ 항만들도 대대적 시설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자체가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종전처럼 수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중구난방식 물류허브 개발에 나섰다가는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성봉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WTO팀장은 “우리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행정단위로 이뤄지다 보니 광역시 혹은 도 단위로 사업들이 난립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영국처럼 행정구역과는 상관없이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협의해 ‘낙후’ 혹은 ‘개발’ 지역을 선정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조언했다.
특별기획취재팀=주춘렬 팀장 김귀수·박은주·김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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