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0. 6.16 “가로림만 물범을 살려주세요” 

조력발전소 계획대로 건설되면 댐 안에 갇힐판
주민들 “최고 자연갯벌 훼손 안돼” 투쟁위 꾸려
* 물범 : 천연기념물 331호  

 

 

 » 보존 상태가 훌륭한 가로림만 갯벌에선 주민들이 바지락, 굴 등을 채취해 가구당 한 해에 3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연간 약 10cm의 두께로 퇴적현상이 발생해 갯벌의 질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제공 

 

충남 태안반도의 가로림만에 물범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몰랐다. 2000년대 들어서 조금씩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을 뿐이다. 지난 14일 오전, 낚싯배를 타고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를 떠났다. 약 1㎞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 배를 세우고 물범을 기다렸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지면서 바다 한가운데서 풀등(모래톱)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물범이 나타났다. 물범은 고개를 내밀고 사람들을 말똥말똥 쳐다봤다.

사실 물범은 예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었다. 오지리 이장 지윤근(58)씨는 어렸을 적 망둥이를 잡으러 갯벌에 나가면 물범들이 풀등에서 시커멓게 떼를 지어 낮잠을 자던 광경을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 아버지 때도 있었다니까, 옛날 옛적부터 살았을 거예요.” 

  

 

그렇지만 가로림만 물범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수십 마리 시절을 기억하지만, 지난해는 9마리, 올해는 5마리만 관찰됐다. 이 물범은 잔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이다. 중국 랴오둥반도에서 겨울을 나고 백령도에서 여름을 나는 물범과 같은 개체다. 하지만 이밖에 알려진 건 아무것도 없다. 국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생태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에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가 생긴다. 조력발전소는 바다에 설치되는 일종의 ‘댐’이다. 가로림만 하구(서산시 대산읍 오지리~태안군 이원면 내리)에 방조제를 쌓고 이곳을 드나드는 밀물과 썰물의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 설계대로 2014년에 발전소가 완공되면, 물범은 댐 안에 갇히게 된다.

지난 정부 때 경제성이 없다고 보류됐던 가로림만 발전소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가 발전사업을 허가했고, 공유수면매립사업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도 마쳤다. 지식경제부가 전원개발실시계획을 승인하고 환경영향평가도 마치면 이르면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물범이 환경영향평가의 변수다. 발전소의 방조제 탓에 모래톱이 사라지고 가로림만 바깥으로 이어지는 물범의 이동통로도 막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맡은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정확한 생태영향과 보전대책은 연구가 진행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를 꾸려 발전소 건설 저지에 나서고 있다. 이들에게 갯벌은 ‘주인 없는 통장’이나 다름없다. 갯벌에서 하루에 3~4시간 바지락을 캐면 5만~6만원을 벌 수 있다. 박정섭 투쟁위원장은 “발전소를 지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자연갯벌인 가로림만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갯벌에 생계를 기댄 주민들도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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