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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2 00:00:01)

영국 속 또 하나의 한국 뉴몰든


한국인의 역사… ‘런던판 코리아 타운’ 뉴몰든 
88올림픽 이후 교민 늘어 뉴몰든 일대만 2만명 
이영표 단골 정육점 유명… 대리운전까지 생겨



  • 뉴몰든(영국)=김영진특파원 hellojin@chosun.com
    [조선일보 2007-02-02 03:42]







    • 지금 뉴몰든에는 수많은 한국인 가게들이 번창하고 있다. 하지만 20년전만 해도 뉴몰든의 한국인 상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1980년대 중반 영국내 한국인은 5000여명에 불과했다. 당시엔 주영 한국대사관저가 있던 런던 남부 윔블던 인근이 한국인 밀집지역이었다. 

      25년째 뉴몰든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이영숙씨는 “처음 뉴몰든 주류는 일본인이었지만 이들이 런던 북부로 이전하면서 한국인이 크게 늘어났다”고 했다. 88올림픽 이후 여행자유화가 실시되면서부터 뉴몰든에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사와 가이드(여행안내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관광객과 유학생이 생겨나면서 미용실이 등장했다. 아가씨(미용실) 박보영 사장은 “미용 통역가이드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직접 미용실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90년대 초반엔 한국인 주재원을 상대로 한 식당과 반찬가게가 문을 열었다. 리비아 공사 등을 위해 100여명을 파견한 동아건설과 10여명씩 나온 은행 주재원들이 뉴몰든의 가장 큰 고객이었다. 1997년 말 IMF 경제위기로 주재원이 철수하면서 뉴몰든도 크게 위축됐지만 9·11 테러 이후 영국 유학생 증가와 한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뉴몰든은 부활했다. 당시 1만5000명이던 영국 교민은 10년 사이에 4만명으로 늘었고 그 절반이 뉴몰든 인근에 살고 있다.

      뉴몰든의 유명상점은 단연 ‘뉴몰든 정육점’이 꼽힌다. 이영표와 설기현은 경기가 없는 주말엔 이곳에 들러 소꼬리 삼겹살 등 고기를 떼어가기 때문. 한의원과 한국인 치과가 늘어나면서 한국인 환자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다만 한때 PC방이 유행했지만 유학생들이 런던 중심가로 이전하면서 쇠퇴하는 분위기다.



      영국 런던시내에 있는 워털루역에서 남쪽으로 20분쯤 기차를 타고 가면 나타나는 자그마한 마을 뉴몰든(New Malden). 역을 빠져 나와 하이스트리트(중심가)를 거닐면 한국인지 영국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거리 양쪽에 ‘○○한의원’ ‘○○슈퍼’ ‘○○여행사’ ‘○○미용실’ 등 한국어 간판들이 큼지막하게 내걸려 있다. 상점엔 한국인들이 북적댄다. 길거리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한국 아줌마와 학생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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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근 초중고(初中高)에도 한국 학생들이 넘쳐난다. 뉴몰든에 한국인이 몰리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학군(學群)이 좋기 때문이다. 뉴몰든이 소속된 ‘킹스턴 보로우(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난해 만11세(초등 6)를 대상으로 한 시험(영어·수학·과학)에서 영국 130여개 행정구역중 3위에 오를 정도로 학업성취도가 높다. 사립학교의 경우 보통 정원을 넘으면 입학시키지 않지만 한국학생은 예외다. 공부를 잘해 학교 전체 성적을 올려주기 때문. 공립학교도 같은 조건이면 한국인 학생을 선호한다. 뉴몰든의 코퍼스 크리스티 공립초등학교 케언스(Cairns) 교장은 “한국 아이들이 수학은 물론 영어도 잘해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명문 여자 중학교로 한국 학생이 많은 쿰걸에는 한국인 교사가 채용돼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역민들의 휴식공간인 뉴몰든 센터에는 2004년11월부터 아예 ‘한국인 노인정’이 운영되고 있다. 아침 10시 무렵부터 오후 4시까지 모여 한국드라마도 보고 이야기도 나눈다. 2년여 동안 음식준비를 돕고 있는 전재인 할머니는 “대형 TV와 노래방 기기 음식·반찬 대부분 교민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해 마련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이 되면 뉴몰든의 한국음식점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선술집에서부터 한식·일식·중식 등 다양한 한국 음식점이 뉴몰든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인근에 영국음식 ‘휘시 앤 칩스’를 파는 곳과 이탈리아 식당이 몇 개 있지만 붐비는 곳은 한국식당이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허영구 사장은 “1993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가게는 물론 한국사람도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격세지감”이라며 “지금은 한국식당과 식품점만 인근에 30여개”라고 말했다.



      저녁 모임이 끝나는 밤 11시 전후에는 대리운전을 하러 나온 한국인 운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인들의 음주운전이 늘어나자 영국경찰은 ‘음주운전 금지’란 한국어 푯말까지 내걸고 단속을 할 정도다.



      이제 한국인 없는 뉴몰든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1차 의료 진료소(GP)에는 ‘파상풍’처럼 어려운 병명은 아예 한글로 쓴 질문지를 만들어 한국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기차역 앞에 자리한 바클레이즈 은행 뉴몰든 지점엔 2005년6월부터 한국인 여직원 2명이 상담역으로 앉아 있다. 한국인이 늘어나자 인근 HSBC은행과의 고객경쟁에 나선 것. 은행원 방지원 씨는 “계좌개설과 대출상담을 주로 도와드리지만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들은 전기세 가스비를 어떻게 내야 할지 몰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인 고객이 부쩍 늘어 본점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 은행은 2년전부터 한국인 고객을 위한 특별행사를 마련하거나 한국 행사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뉴몰든은 머지않아 ‘유럽판 LA 코리아 타운’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사업가 차성욱 사장은 “상점 매물이 나오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고 했다. 뉴몰든이 있는 킹스턴 보로우의 경우 지역민의 10%가량(약 1만 8000명)이 한국인이다. 올 1월 킹스턴 당국에서는 사업장을 환경친화적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한국인 환경담당관을 특채했다. 이선미 담당관은 “한국인 사업장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았다”며 “한국인 위상이 커지면서 한국교민 사회를 영국사회로 끌어들이려는 영국인의 노력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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