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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9 10:13:03)

당장 ‘싼맛’에 원전 늘린다지만

기사입력 2008-08-28 22:46 |최종수정2008-08-29 00:36 
[한겨레] 폐기물처리·해체비용 천문학적, 경제적 타장성도 사실은 의문

국토대비 원전비중 세계 1위 “10기 추가 너무 쉽게 결정”


에너지 기본계획 긴급점검 / (중) 원전 르네상스의 허구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정치적 선택이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유럽은 에너지 소비가 줄고, 재생에너지를 위한 자연환경도 유리하지만 우리는 여건이 좋지 않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우리는 원자력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불확실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대신 경험이 축적돼 있고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은 원전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 확대를 선택했다. 지난해 기준 26% 선인 원전 설비 비중을 2030년까지 41%로 늘린다. 이를 위해 원전 10기를 더 지어 모두 38기에 이르는 ‘원전 르네상스’를 맞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단위면적당 원전 비중이 세계 1위다.


정부가 밝힌 대로 원자력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가장 값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전기 1㎾h당 판매단가는 원자력 39.43원, 석탄 40.93원, 가스 104.0원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677.4원과 107.4원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곧 우리에게도 감축 의무가 떨어질 온실가스 배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엔 세계적으로도 고유가와 온실가스 문제가 더욱 부각되면서 원전의 실효성이 주목받는 추세다. 이탈리아·독일 등 체르노빌 사고로 원전 포기를 선언했던 일부 유럽국가들이 최근 이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원전을 주력 에너지로 선택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 문제와 함께, 경제적 타당성도 사실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전에 반대하는 쪽에선, 해체 비용과 폐기물 처리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 산정 기준에 따라 원전 1기당 해체비용을 3251억원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양이원형 부장은 “원전을 해체한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는 해체비용이 초기투자비용인 2조5천억원과 맞먹거나 1.5배 가량 더 쓰였고, 미국이 사용후 핵연료 처리 비용을 재평가한 결과 20년 만에 애초 130억달러에서 968억달러로 무려 8배 상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전 연료인 우라늄의 고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세계 우라늄 매장량은 현재 설비 기준으로도 80년이 지나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자원민족주의에 따른 우라늄 가격 급등과 수급 차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전 부지와 핵폐기장 선정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갈등 비용과 정치적 부담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을 들어 “마지막 대안이어야 할 원전 비중 확대를 정부가 너무 쉽게 결정했다”고 비판한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기후환경학)는 “원전 중심의 값싼 에너지 공급 정책은 에너지 절약이나 에너지 효율 향상 노력을 더디게 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에너지 수요관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은 사민당-녹색당 연정 출범 뒤인 2000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2021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뒤 최종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난해 8.5%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많은 초기투자 및 유지비용이 들었지만 에너지 대외의존도를 줄였고, 분산형 대체에너지로 분권과 자치의 정신을 실현하는 등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반면에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는 저렴한 전력 공급은 가능했지만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 등 여러가지 무형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에너지시민단체는 “우리 사회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의견수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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