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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5 08:47:18)

 

[기후변화 대응 모범국 핀란드를 가다] 자연환경 활용, 재생에너지 비율 세계 3위에

국민일보 기사입력 2008-12-14 19:15 |최종수정2008-12-14 21:11 


목재·피트 이용 열병합발전소(CHP) 르포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서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지역인 포르사. 발트해 연안의 에너지 다국적기업 바포사가 운영하는 포르사 화력발전소 한쪽에는 적갈색 흙덩이가 폐목재, 우드칩 등과 나란히 쌓여 있었다. 지난 1일 기자들이 방문한 이 발전소 야적장에는 비까지 내려 암모니아인지 메탄가스인지 모를 메케한 냄새가 진동했다. 동행한 미카 파술라 발전소 소장은 "목재 재생에너지를 화력발전소 보일러에 연료로 쓰려면 부식을 막고 연소효율을 높이기 위해 피트 연료를 꼭 함께 써야 한다"고 말했다. 북구의 겨울답게 오후 4시인데도 한밤중 같았지만, 피트 위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파술라 소장은 "피트의 발화점이 낮아 인화물질을 가까이 가져가면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핀란드에서 가격이 싸고 풍부한 피트는 석탄이 되기 전 단계의 토탄을 말한다. 숲이 천이과정을 통해 최후 단계인 극상림이 되면 많은 나무들이 수명을 다해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무가 변한 유기물질이 퇴적하면 비료가 되고, 그것은 약 300년이 지나면 피트가 된다. 피트 가운데 깊이 묻혀 있는 것은 무수한 세월을 거쳐 석탄이 된다.

피트의 성분은 대부분 나무 등이 죽은 유기물질이며 '느리게 재생가능한' 자연자원이다. 특히 원예용 흙이나 부수적 에너지로 유용하게 쓰인다. 피트는 운반 및 처리비용이 많이 드는 목재에 비해 값이 싸면서도 열효율이 높다. 즉 피트가 있기 때문에 풍부한 임산자원이 재생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피트를 폐목재 등 바이오연료와 함께 태우면 연소효율이 높아지고, 미세먼지(특히 PM2.5) 배출량이 70%나 감소하며, 보일러의 부식을 막아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한다. 파술라 소장은 "피트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화력발전소가 비교적 비싼 목재를 주력 재생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사 화력발전소는 1993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에는 중유를 연료로 쓰는 지역난방과 전기공급 업체였지만, 96년 목재 바이오연료와 피트를 사용하는 바이오연료 발전설비를 발주했다. 99년 바포에너지사가 이 발전소를 인수한 뒤로 66㎿급 바이오연료 발전설비가 지역 3만가구에 난방과 겨울철 전기수요를 충족시켜왔다. 오로지 나무에서 파생된 연료들로만 가동되는 이만한 규모의 열병합발전소(CHP)는 핀란드에서 처음인 셈이다. 난방 수요가 큰 겨울철 포르사 발전소의 발전효율은 90%를 초과한다.

현재 핀란드에는 전체 가구의 약 40%(약 200만명)가 CHP로부터 난방 전부와 전기의 3분의 1을 공급받는다. 지역난방을 공급받는 주민들은 모두 24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깝다. 1차에너지 소비에서 목질계 고형 바이오매스 사용 비중만 따져 보면 핀란드는 20%로 바이오연료 비중이 높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덴마크 등을 훨씬 앞선다. 그 덕분에 핀란드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8%로 스웨덴, 라트비아에 이어 3위에 이른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외에 피트의 사용 비중도 높다. 전체 에너지 소비와 전력생산에서 피트의 비중은 각각 6%와 7%에 이른다. 포르사 발전소에 따르면 핀란드 외에도 스웨덴, 에스토니아, 러시아, 아일랜드 등이 피트를 보조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즉 어떤 재생에너지원을 주로, 우선적으로 쓰는지를 보면 그 나라의 자연환경은 물론 경제력, 국토개발과 주거 패턴, 심지어 문화까지도 알 수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산악과 빙하의 나라답게 대규모 수력발전에 크게 의존한다. 국토가 전부 평지인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농지와 가까운 곳에 열병합발전소를 많이 짓고, 북해의 바람을 이용해 풍력발전을 많이 한다. 파술라 소장은 "밀짚 같은 농업부산물도 좋은 바이오연료지만, 그 나라에서 도시와 농장과의 거리, 농산물 가격 수준 등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판이하다"면서 "핀란드의 경우 결국 수송비가 저렴하고 도처에 풍부한 피트가 경쟁력인 셈"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의 피트는 매장량도 풍부해 600∼700년을 사용할 분량에 이른다. 이는 북해 유전 매장량의 두배, 노르웨이 유전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것이다. 핀란드를 비롯한 발트해 인근 국가들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피트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그 나라의 자연환경과 기술의 최적 조합으로 극대화될 수 있다.

헬싱키 = 임항 전문기자 hnglim@kmib.co.kr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과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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