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언제나(조회수:147)
첨부파일11761.bmp    
(2008-03-09 00:00:01)

[기후변화 조용한 재앙―제1부 우려가 현실로] 재앙의 길목,제주도에 가봤더니


국민일보|기사입력 2008-03-09 18:48 








제주도청에는 2월5일 이미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러나 제주공항의 긴 택시 행렬 바닷가에 정박한 어선들과 어촌계 철 지나 썰렁한 중문단지의 놀이동산에서 느껴지는 제주도민들의 봄맞이는 기쁨보다 걱정이 훨씬 더 큰 듯했다. 그도 그럴것이 늘어난 강수량과 따뜻해진 날씨 탓에 올 겨울 감귤 농사를 망쳤다. 서귀포시내 유명 식당의 해물뚝배기 안에 들어간 오분자기는 해마다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지난 가을 태풍 나리에 의한 엄청난 피해와 그것이 남긴 ‘위험’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파급효과가 아직 말끔히 가시지 않았다. 이 모든 현상에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제주발 조용한 재앙=한반도에 봄이 오는 첫 길목 제주도에 개화 시기가 해마다 빨라지면서 기후변화의 징후와 영향도 더 뚜렷해지고 있다. 대략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은 0.74도 올랐지만 한반도는 1.5도나 올랐다. 제주지방기상청 한경훈 기후정보과 사무관에 따르면 제주도는 그보다 더 짧은 기간인 1930년대의 10년 평균과 1990년대 평균을 비교할 때 1.5도 차이가 난다. 제주도에서 1960년대의 10년과 2000년 들어 6년간의 평균기온을 비교해 보면 온난화 속도가 더 빠른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북쪽인 제주시는 0.9도(15.2→16.1도) 오른 반면 남쪽의 서귀포시는 1.6도(15.6→17.2도)나 상승했다.

해수면 상승 속도도 제주도가 더 빠른 것으로 지난해 국립해양원 조사 결과 나타났다. 부산 연안의 해수면은 지난 34년간(1973∼2006) 7.8㎝(연평균 0.2㎝) 상승했고 제주 연안은 매년 0.5㎝ 상승해 지난 43년간(1964∼2006) 21.9㎝나 올라갔다. 한국해양연구원에 따르면 동해연안 해수면은 2006년까지 30년간 연평균 0.32㎝씩 상승했다.

◇관광산업에 드리운 그림자=밤하늘 별을 볼 수 있는 맑은 날을 일컫는 천기일수의 경우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평균이 연간 62일이었으나 2001년부터 6년간 54일로 줄었다. 낚시와 요트 등 해상스포츠나 골프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바람이 부는 날도 늘고 있다. 지난 70년간 하루 최대 순간풍속 1위부터 4위까지가 2002년 이후 발생했다. 한반도 기후변화의 공통적 현상인 강수일의 감소와 강수강도의 강화 잦고 강력해진 태풍 등 기상재해도 관광산업 성장에 장애요인이다. 제주도 수자원본부 고기원 실장은 “제주도의 천기일수는 연간 평균 60일 정도에 불과해 연중 거의 매일 야외 활동이 가능한 하와이에 비해 관광산업 측면에서 매우 불리하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광국에 따르면 한류붐 등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찾은 내외국인은 지난 10년간 20% 남짓 느는데 그쳤다.

◇농어업식생의 변화=제주도의 특산품도 하나 둘 바뀌기 시작할 전망이다. 감귤은 이제 남해안 지방에서도 생산된다. 특히 2007년 제주산 노지감귤은 크게 증산된데다 당도도 떨어져 값이 바닥을 치는 바람에 운송비를 감안해 외지 판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제주도의 식당에서 내놓는 전복 대부분도 전남 완도 경남 남해 등 외지산이 차지한 지 오래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에도 식생의 변화는 닥쳤다. 해발 1200m 이상 고지대에 형성돼 있던 구상나무숲은 지난 20 30년간 10∼20%가 사라져 1400m 이상 고지대로 후퇴했다. 최근 7000그루쯤 복원하긴 했지만 구상나무 군락에서 태풍이나 폭설로 인해 생긴 고사목 자리에는 소나무들이 재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림연구소 김찬수 박사는 “소나무 종자가 구상나무 종자보다 훨씬 더 빨리 자라기 때문에 온대림 대표수종이 아고산 관목을 대체하는 매우 희귀한 천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물러날 곳이 없다”=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만큼 이에 대한 관심과 적응 노력도 육지보다 더 빠르다. 제주도는 지난해 7월 ‘기후변화대응시범도‘가 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환경부와 체결했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기여량을 2005년 대비 10% 줄이고 이산화탄소의 지역환경 기준을 설정키로 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2년까지 10%로 늘릴 계획이다. 중앙정부보다 훨씬 더 앞서가는 조치들이다. 4면이 바다여서 도망갈 곳이 없는 제주도가 한반도 기후변화 대응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별취재팀 임항 전문기자 탐사기획팀=정재호 팀장 김남중 유병석 우성규 기자 사회2부=이상일 윤봉학 김재산 김용권 이영재 기자 사진부=곽경근 기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