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만들기: 1 서울특별시 탄생

2009.07.29 21:35

관리 조회 수:1753

이름조성호(조회수:1889)
(2003-09-15 00:00:01)

서울은 특별시다. 1천만 서울 시민의 의식 속에는 `나는 특별시민`이라는 자부심이 알게 모르게 배어 있다. 서울에 살다가 경기도의 어느 신도시로 이사한 한 지인은 차량 번호판을 `경기`로 바꿔 기분이 심란했다고 고백했다.

나라마다 수도(首都)가 있지만 특별시란 이름을 가진 수도는 서울이 유일하다. 많은 사람은 "서울은 특별하니까 또는 수도니까 특별시라고 부르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서울이 특별시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서울시에 근무하던 1970년대까지 나도 서울특별시란 이름이 어떤 뜻으로 지어졌는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자료를 정리하다가 서울이 특별시가 된 이유를 알고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었다.

조선시대 서울의 공식 명칭은 한성부(漢城府)였다. 1910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서울의 이름을 경성부(京城府)로 바꿨다. 8·15 광복 후 경성부에 근무하던 일본인들이 모두 떠나가고 한국인 직원들만 남게 되자 일제의 잔재인 경성부 대신 `서울시`란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구청에 내려보내는 공문서에도 서울시라는 이름을 썼지만 그것이 공식 명칭은 아니었다. 당시 중앙정부 기능을 맡았던 `미 군정청 지방행정처`가 경성부라는 일제시대 이름을 쓸 것을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또 당시 이범승 서울시장은 조선시대의 한성이라는 이름이 좋다며 스스로 한성시장이라고 불렀다. 이 때문에 당시 경찰국은 `한성경찰서`라는 간판을 달기도 했다. 광복 후 1년간 서울시는 공식 명칭을 갖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46년 8월 14일 미 군정청 공보부는 `특별발표`라는 것을 발표했다. 특별발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극동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한 도시가 시민이 원하는 자치를 하게 되고 자치헌장을 가진다. 즉 조선의 수도 서울이 바로 그 도시다.

2. 서울은 미 군정장관 A L 러치 소장이 오늘 발표한 헌장에 의해 경기도 관할에서 독립하고 `자유독립시`가 된다.

군정청 공보부장은 이 내용을 광복 1주년에 미 군정장관이 서울 시민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48년까지 미 군정은 정말 무능했다. 한국인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구호양곡을 미 본토에서 들여오는 식량정책과 최소한의 치안대책 외에는 한 일이 없었다. 한국인들의 불만이 쌓여만 갔다. 군정 당국자들도 스스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국인의 여론은 서울시민이 좌우한다고 생각한 군정 당국자들이 광복 1주년을 맞아 서울 시민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내놓은 것이 `서울자유독립시(Seoul-freedom independent city)`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미 군정법령 제106호가 46년 9월 18일 공포됐다. 영어로 씌어진 군정법령이 한국어로 번역됐다.

영어 원문은 `Section Ⅱ (Seoul established as Independent City)`였다. 즉 서울독립시의 설치다. 경기도 관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방정부가 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법령 번역을 맡은 군정청의 한국인 직원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상식으로는 `독립시`라는 이름은 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특별부제`란 단어였다. 30년대 말 경성부 의회가 점점 팽창하는 경성부를 경기도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당시 일본인 부윤이 경기도 관할에서 벗어나는 특별부제를 연구해보겠다고 답변한 신문기사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서울-독립시의 설치`라는 영어 원문을 `서울-특별시의 설치`로 번역했다.

이렇게 해 군정법령의 효력이 발생한 46년 9월 28일부터 서울의 공식 명칭은 서울특별시로 정해졌다.


중앙일보 2003년 09월 01일 기고자 :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손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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