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관리자(sysop)(조회수:1442)
(2002-06-27 00:00:01)

인구 60만명이 사는 전북 전주 도심의 하천에 쉬리가 돌아왔다.

맑은 여울에만 사는 이 한국 고유종을 반세기 만에 불러들인 것은 청계천 복원 계획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는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이다.

지난 21일 오후 6시께 남천교 아래 전주천. 자연석과 풀로 이뤄진 하천변이 산책로와 함께 구불구불 뻗어 있다. 개울 가운데는 녹색 인공섬이 자리잡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밋밋한 콘크리트 호안과 주차장으로 황량하던 곳이 정겨운 옛날 시골 개울의 모습을 되찾았다.

개울에는 하루살이를 잡아먹기 위해 피라미들이 잇따라 뛰어오르고 있었고 이들을 노리는 백로들도 덩달아 바빴다. 아이들은 돌다리에 주저앉아 다슬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다은(13·중앙초등학교 6년)양은 "같은 반 아이들과 물고기도 잡고 자전거도 타러 이곳에 자주 온다"고 말했다.

한벽 고무보 아래 여울은 복원된 전주천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다. 보를 터 기다란 여울을 조성한 곳이다. 지난 6일 전북대 생물과학부 김익수 교수팀은 여기서 쉬리를 포함해 갈겨니 돌고기 모래무지 참종개 등 11종의 물고기를 확인했다. 쉬리는 빠른 여울과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먹이인 날도래 애벌레를 잡아먹으며 숨고 번식하는 곳이 여울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산골이나 농촌에서도 오수가 흘러들고 강 바닥을 긁어놓은 곳에선 쉬리가 사라졌다.

김 교수팀은 이날 다가교 아래에서도 길이 6~7㎝ 정도의 1~2년생 쉬리 3마리를 발견하고 환호했다. 다가교라면 시청 전북도청 완산구청 예수병원이 이웃한 전주시의 한가운데다. 지난 5월 조사에선 이보다 조금 상류인 남부시장 앞에서도 쉬리를 확인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시민들이 냄새 나고 기형 물고기가 잡히는 곳으로 기억하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 다가교 아래 징검다리에 올라서면 혼비백산 흩어지는 피라미와 모래무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치어떼는 번식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가교 아래에서는 이밖에 붕어 갈겨니 돌고기 돌마자 참마자 등 모두 8종의 어류가 살고 있음이 밝혀졌다.



김 교수는 "자연형 하천 조성공사가 끝난 지 불과 두달만에 쉬리 서식지가 확산되는 속도가 놀랍다"며 "여울과 소를 번갈아 배치하는 생태학적 배려와 수질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주천 오염의 역사는 길다. 한국육수학회지에 실린 김 교수의 논문을 보면 1975년 갈수기 때 백제교 아래물은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67ppm(5급수 기준은 10ppm)이었고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은 0.2ppm으로 거의 무산소 상태였다. 서신교 아래의 상태도 비오디 76ppm이었다. 당시 두 곳에선 각각 피라미 등 세 종류 어류가 확인됐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백로와 해오라기 왜가리 물총새 도요새 등 새들도 전주천변에서 쉽게 발견됐다.

생태계 회복에는 수질개선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96년까지 4급수를 기록하던 수질은 하수 차집관거를 개선하면서 급속히 나아졌다. 현재 전주천엔 시가지 입구에선 1급수 가까운 물이 시가지를 관통한 뒤에도 팔당댐 수질의 물이 흐른다.

전주시는 지난 2000년 4월부터 151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주천의 한벽교에서 삼천천 합류지점까지 7.2㎞를 자연형 하천으로 만드는 공사를 올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환경부로부터 자연형 하천정화의 우수사례로 뽑혀 다른 지자체의 견학도 잇따르고 있다. 시 이도연 하수과장은 "시민단체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며 "시민들도 처음엔 멀쩡한 호안을 걷어내고 둔치 주차장을 없애는데 반발했지만 이제는 아이들 놀이터와 운동장소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전주/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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