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관리자(sysop)(조회수:1138)
(2002-06-21 00:00:01)

안양 신기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여름방학 과제로 곤충채집이 사라진 지 10년이 넘었다. 나비나 잠자리처럼 흔하던 곤충들의 수가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장대현(張大鉉·60) 교장은 "눈 씻고 찾아도 없는 곤충을 찾아내라는 숙제는 학생들에게 부담만 주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서도 곤충채집 숙제가 없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30년째 농사를 지어온 이성교(李成敎·60)씨는 "과거 이 무렵이면 배추흰나비가 들끓다시피 했는데 10여년 전부터는 하루 2~3마리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가장 흔한 곤충의 하나인 나비가 서식환경의 변화로 인해 급격히 줄고 있다. 2000년부터 2년 동안 전국의 붉은점모시나비 서식지를 현장조사한 한국나비학회에 따르면 붉은점모시나비가 경남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붉은점모시나비의 집단서식지로 알려진 경기 천마산 강원도 강촌 경남 고성·의령·창녕 경북 안동 충북 옥천 등지를 훑었지만 수확이라고는 경남 거류산과 자굴산에서 찾아낸 19마리가 고작. 10~20년 전만 해도 붉은점모시나비가 한눈에 십여마리씩 보였던 곳이기 때문에 충격적인 결과였다.

나비는 겨울철을 제외한 4월부터 11월까지 볼 수 있는 곤충이지만 농약살포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지구온난화 등으로 종수 및 개체수가 격감하고 있다. 특히 길가나 바위 옆에서 잘 자라는 기린초(높이 5~30㎝)를 먹이식물로 하는 붉은점모시나비의 경우 대규모 도로확장공사를 하면서 기린초가 없어졌고 결국 개체수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붉은점모시나비의 집단서식지로 유명했던 옥천 금강휴게소 부근 역시 도로공사가 끝난 1997년부터는 붉은점모시나비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1980년에 1만6000t에 불과했던 농약사용량은 20% 가까이 감소한 경지면적에도 불구하고 2000년에 2만6087t으로 오히려 늘었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곤충으로 지정한 상제나비와 산굴뚝나비 보호야생곤충으로 분류한 붉은점모시나비 등 4종의 나비들이 모두 한지성(寒地性)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도 나비 개체수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또 1990년대 이후 겨울이 따뜻해진 데다 짧아져서 월동기간이 단축됐고 일찍 깨어났다가 얼어죽는 나비 애벌레가 많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연구팀의 김성수(金聖秀·46·서울 경희여고 교사)씨는 "가장 흔했던 배추흰나비조차 10년 사이에 약 100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민들레나 개망초 같은 야생화를 보호해 먹이부족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대 생물학과 남상호(南相豪·53) 교수는 "곤충들은 꽃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생태계를 지탱해주는 주요 요소"라면서 "곤충 서식지를 잠식하는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朴敦圭기자 coeur@chosun.com)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