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천서 물고기 잡는 수달

2009.07.29 20:57

관리 조회 수:6417

운곡천서 물고기 잡는 수달
이름관리자(sysop)(조회수:1116)
(2002-06-21 00:00:01)

겨울이면 전국에서 가장 추워 한국의 시베리아라 불리는 경북 봉화. 여름 날씨는 여느 곳과 다름없이 무덥다. 이곳에 수달로 유명한 하천인 운곡천이 있다. 수달의 밀도가 어느 곳보다 높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낮에도 수달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단 운곡천의 수중보를 유심히 살펴보자.

춘양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운곡천에는 곳곳에 수중보들이 있다. 수달들은 바로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6월이면 씨알 굵은 피라미들이 떼로 이동을 한다.

특히 장마가 져 수중보 위로 물이 넘쳐흐를 때는 물고기들이 수중보를 뛰어넘기 위한 대약진을 펼친다. 수달은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 아침부터 둑 위에 앉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오후 네 시가 넘자마자 놈은 물이 떨어져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곳에서 머리를 드러냈다.

우선 주변을 살핀다. 만약 부근에 사람이 있거나 하면 얼른 다시 들어가 버린다. 수중보 밑에는 그가 잠을 자거나 숨을 수 있는 은밀한 장소가 있다. 몰래 자신을 촬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놈은 꼬리마저 물 위로 드러낸 채 유유히 수영을 한다. 물속을 들여다본 뒤 고개를 들어 호흡도 가다듬는다.

그런 다음 잠수해 물속을 헤집고 다닌다. 수중보 위를 뛰어넘기 위해 몸에 잔뜩 힘을 주던 물고기들은 갑작스런 천적의 등장에 혼비백산 놀라 달아나기 시작한다. 얼떨결에 몇 마리는 주변 자갈밭으로 튕겨 나간다.

수달은 퍼덕이는 물고기를 아주 쉽게 입에 물고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어금니로 씹어 먹는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육상 생태계에서 대부분의 포식자들이 멸종한 가운데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수달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왕피천 등 동해안에 접한 하천과 남해안 일대 그리고 낙동강 상류 지역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개체들이 생존하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에서 우리나라만큼 수달이 많이 남아 있는 곳도 드물지 않을까.

일본에서는 오래 전에 멸종했다. 수달이 살아가는 하천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부터 보호관리에 애를 쓴다면 멸종위기동물 보호에 성공한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다.

한겨례신문 자연다큐멘터리 작가 wanho21@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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