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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8 20:49:49)

인구 2만 산골에 관광객 20만명, ´왜?´

2009년 05월 08일 (금) 12:52   데일리안

전국 최고 오지, 경북 영양산나물축제장에 ´구름떼´ 관광객 저비용·고효율 알짜배기 전략으로 지역경제활성화 대박 올려

[데일리안 대구·경북 박정우 기자]인구 1만9000여명. 주민을 모두 모아봤자 대구스타디움을 절반도 채울 수 없다. 대구야구장에 꽉 채워 넣으면 딱 들어맞을 규모다.

◇ 육지 속의 섬, 조용한 산골마을, 경북 영양군의 전경 ⓒ 영양군
아기 우는 소리가 끊긴지 한참 됐다. 60대 노인이 이곳에선 청년 소릴 들으며 을 해야 하는 처지다. 공장은 제조업체 한 곳을 제외하곤 찾아볼 수가 없다. 기차가 다니지 않고, 직접 연결되는 고속도로도 없다.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오죽하면 ‘육지 속의 섬’이란 꼬리표까지 붙어 다닌다.

이곳 경상북도 영양군은 섬지역을 빼고 나면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자치단체이자 각종 개발지표 조사에서 최하위권을 기록 중인 오지 중의 오지다.

그런데 이 조용한 산골마을이 해마다 이때쯤엔 산나물축제장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식당마다 만석이고, 숙박업소엔 예약 손님이 줄을 선다. 동네장터도 북새통이다.

◇ 일월산에 오른 산나물축제 관광객들 ⓒ 영양군
지난해엔 인구의 7배가 넘는 무려 15만여명의 외지인들이 다녀갔다.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영양군이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올해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25만여명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영양군 측의 분석이다.

2박3일의 짧은 방문이지만 이들이 먹고, 자고, 마시고, 즐기면서 이 마을에 쏟는 비용을 간접 효과까지 더해 계산한다면 무려 100억원이 넘게 된다.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다. 모든 자치단체들이 ‘축제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만큼 ‘저비용 고효율’의 알짜배기 수익을 내는 곳은 없을 듯하다.

사실, 축제는 축제지만 뭐하나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화려한 볼거리도 없고, 특별한 놀이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다. 단지 미리 예약된 사람들을 일월산에 모아 청정 산나물을 채취하게끔 하는 것, 그것이 이 축제가 내세우는 핵심 전략이다.

전국 어디에서도 가기 힘든 최악의 접근성, 별 볼 것도 없는 축제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 열심히 산나물을 캐고 있는 관광객들 ⓒ 영양군
그것은 바로 한 공무원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돈을 좀 들이더라도 일단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면, 그 사람들이 이곳에서 먹고 마시며 더 많은 돈을 풀지 않을까?” 김용배 영양군 문화관광과장(영양군축제추진위원회 총무분과위원장)은 이런 생각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 여행사의 문을 두드렸다. 축제 기간 중 40명 이상의 관광객을 태우고 영양을 찾는 관광버스 기사들에게 50만원씩의 보조금을 준다고 했다.

파격적인 제안에 전국 관광버스 기사들의 귀가 솔깃해졌다. 지난해에만 이렇게 모인 관광버스가 무려 300대. 대당 50만원씩 1억5000만원의 보증금이 쓰였다. 축제 규모에 비해 무리한 지출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용배 과장은 “관광버스에 실려온 축제 관광객들이 지역 을 구입하거나 영양의 식당과 여관, 찜질방 등을 이용하는데 든 비용이 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고, 간접적인 효과까지 감안하면 100억원 이상의 경제유발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관광객들이 타고온 관광버스로 북적거리는 주차장 ⓒ 영양군
올해엔 대당 40만원으로 기사에게 돌아갈 보조금을 조금 낮추는 대신 관광버스의 수를 500대로 대폭 늘렸다. 보조금 총액도 2억원으로 조금 늘었지만, 직접적인 수익은 약 15억원에 이를 것이란 게 김 과장의 생각이다.

특히 올해엔 지난해보다 더욱 엄격하게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소비를 하게끔 유도할 작정이다. 관광버스 기사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산나물축제장, 지훈예술제 행사장, 영양고추유통공사를 찾아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고, 지역 식당 영수증도 첨부해야 한다.

또 산나물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겐 참가비로 2만원씩을 받는 대신 ‘영양사랑상품권’을 나눠 준다. 영양에서만 쓸 수 있는 이 상품권으로 지역 특산물을 반드시 구입해 가라는 뜻이다.

이 작은 아이디어는 축제뿐만 아니라 영양의 산업구조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영양의 이름이 외지로 알려진 이후, 획일적으로 고추 농사를 짓던 영양군에 산나물을 파종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영양고추장과 산나물을 이용한 장아찌 가공 업체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 "사람이 모여야 돈이 모이죠"..대박 마케팅의 주역, 김용배 영양군 문화관광과장 ⓒ 데일리안 김종렬
잘사는 농촌으로의 조용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번 ‘제5회 영양산나물축제’는 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영양읍, 주실마을, 일월산 등 영양군 일원에서 열린다. 산나물 채취 체험, 산나물 판매 장터, 산나물 요리 시식회, 전국 산나물 요리 경연대회 등 산나물을 이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돼 있다.

행사 기간 중,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메인 행사장 특별부스에서 영양이 고향인 작가 이문열씨의 팬사인회가 열리고, 9일에는 일월산 높이에 맞춰 초대형 그릇에 1219인분의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이색 이벤트도 메인특설무대에서 마련된다. 또 8일과 9일에는 영양읍 황용천 복개지에서 세계 나물음식 및 맥주페스티벌이 열려 외국 관광객들의 시선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 과장은 “동해와 직선거리로 40km 정도 떨어진 일월산은 해풍과 순풍이 교차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나물의 향이 좋고 약용효과도 탁월하다”며 “깨끗한 영양에서 진정한 웰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데일리안 대구경북 = 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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