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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2 00:00:01)


황금돼지띠 아기 낳자…산부인과 문전성시


2007년 11월 02일 (금) 15:48   노컷뉴스












[연말 가까워질수록 산부인과 북적…내년엔 출산율 되레 급감 우려도]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아기를 가장 안 낳는 도시. 바로 부산이다. 2006년 현재 합계출산율이 0.91명에 그쳤다. 합계출산율은 임신을 할 수 있는 가임기간(15~49세)의 여성이 평생동안 낳는 아기의 숫자이다. 결국 부산에 사는 여성은 일평생 아기를 채 한 명도 안 낳는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실로 오랜만에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아기울음 소리가 크게 퍼져나가고 있다. 의사나 간호사들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 임신한 여성이 많고 실제로 아기를 많이 낳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생아가 없어 줄줄이 폐업하고 전업하던 산부인과나 소아과에서는 웃음꽃이 필 법하다. 어디 의료계뿐 일까. 불황의 늪을 허덕이던 출산용품점은 물론 산모도우미업계와 작명소에 이르기까지 파급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육아부담이나 미혼인구의 증가 등으로 구조적 저출산 시대에 돌입했다고 여겼던 오늘날의 세태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일까. 정부나 부산시가 쏟아낸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일까. 해석은 처한 입장마다 다르다. 부산시는 저출산 대책의 효과라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쌍춘년과 황금돼지해 덕분이라고 말한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길하다는 소문에 지난해 유난히 결혼한 커플이 많았고 그 신혼부부들이 올해가 황금돼지해라며 아기를 많이 출산했다는 것이다.

발렌타인데이처럼 쌍춘년이나 황금돼지해도 관련업계에서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만들어낸 근거없는 속설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뿌리가 깊다. 세상에 나오게 된 동기야 어떻든 2007년생 돼지띠들의 삶은 시작됐고 이 험한 세상을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산모나 가족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임신했어요" "올해 아기 낳는 사람이 작년의 세 배래요. 산부인과마다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휴일을 끼고 있는 토요일이나 월요일에는 대기시간이 기본 2 3시간입니다." 남편과 함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모 산부인과를 찾은 예비엄마 이연수(28) 씨는 남산만한 배 위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병원의 번잡함이 못내 불만인 이 씨이지만 그 역시 올해 출산붐을 일으킨 주인공 가운데 한 명. 지난해 12월 결혼한 이 씨는 이달 중순 해산을 앞두고 있다. "배부른 사람 이렇게 많이 보는 거요 몇 년새 처음이시죠?" 연제구 연산2동의 사진관 준스튜디오. 만삭사진을 찍으러 온 배은경(32) 씨는 결혼한 지 3년이 다 돼도록 아기가 안 생겨 남몰래 속앓이를 하던 새댁이다. 그러다 올해 초 남편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기가 큰 물고기를 잡는 꿈을 꿨다면서 분명히 태몽이니 저보고 사가라는 거예요." 안 그래도 몸이 좀 이상해서 간이테스트기로 체크를 해보려던 참이었다. 임신이었다. 배 씨는 "올해는 띠가 좋아서인지 그동안 아기를 갖지 못해 고생하던 사람들이 임신에 성공한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김연아(35) 씨 태중에는 셋째가 숨쉬고 있다. 위로 6살 아들과 4살 딸을 둔 김 씨. "손이 귀한 집이어서 시어른들의 손주 욕심이 대단해요.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황금돼지해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죠." 고등학생 딸이 있는 이연순(40) 씨는 이달 7일 둘째를 낳을 예정이다. 첫째 딸과는 18살 터울이 진다. 늦둥이 중에서도 늦둥이인 셈이다. "덜컥 임신이 됐어요. 처음엔 사실 지우려고 생각도 했죠. 첫째하고 나이 차이도 너무 많이 나고. 근데 올해 아기를 낳으면 좋다고 해서요. 큰 딸도 좋아하면서 인터넷 뒤져서 이것저것 정보도 알려줘요." 이 씨는 노산에 대한 염려로 제왕절개를 선택했다. 수술 날짜와 시간을 잡기 위해 철학관을 방문했던 이 씨. "그거 하나 말해주는데 7만 원이나 달라고 하데요. 너무 비싸." 오랜만에 산부인과 순풍 순풍 출산율 급감으로 폐업이나 전업이 다반사였던 산부인과에도 순풍이 불고 있다. 부산진구 개금1동의 미래산부인과. 이 병원은 신생아실이 부족할 지경이다. 이성구 원무부장은 "신생아실에 총 28개 침대가 있는데 분만이 밀리다 보니 자연분만한 산모는 1박2일 수술한 환자의 경우는 4박5일로 퇴원시기를 다소 앞당겨 신생아 침대 수급을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없던 일이 올해는 생긴다는 것 자체가 얘깃거리"라고 말했다.

좋은문화병원(동구 범일동)에서는 지난 9월 한달간 230여 명의 아기를 받아냈다. 한창 분만수가 많을 때에 비하면 이만한 숫자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지난해 9월(186건)에 비하면 엄청 늘어난 것이다. 이 병원 분만실 수간호사인 박정순 씨는 "올 들어 분만수가 다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금도 태동검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적어도 내년 구정까지 출산행렬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병원(동래구 온천동)의 백정현 원무과장은 "올 1 2월에는 오히려 산모수가 작년보다 훨씬 적었는데 9 10월 들면서 늘어나기 시작해 월 평균 분만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15%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일신기독병원(동구 좌천동)도 올 1월 한달간 신생아 분만건수는 241명으로 지난 2005년(284건)이나 2006년(263건)에 비해 오히려 작았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가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7월 한달간 223명의 분만이 이뤄져 2006년 같은 달(199건)에 비해 12% 늘었고 8월도 279건으로 지난해(241건)의 수준을 15% 상회했다. 9월에는 272건으로 작년(233건)보다 16% 많아 연말로 갈수록 증가폭이 벌어지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작년 연말에 결혼을 서두른 커플들이 많아 이들이 가진 아기가 9월 이후 집중적으로 탄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산후조리원 작명소도 싱글벙글 미래산부인과 부설 산후조리원은 출산 3~4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을 잡을 수 없다. 50명 수용이 가능한 본관의 경우 10월 말 현재 내년 2월까지 예약이 찼다. 신관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004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조리원의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최소 1개월 전에만 예약을 하면 입실에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예약 없이 방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부산자모여성병원 역시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려면 4개월 전부터 예약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 간호과장은 "40대 중반 이후의 여성들이 늦둥이를 보는 경우도 제법 많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출산한 김나령(28) 씨는 "조리원 재원 기간을 1주일 정도 연장을 하고 싶어하는 산모들이 빈 자리가 없어 그냥 퇴원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인터파크는 올 9월까지 출산용품 매출이 올 1월과 2월의 경우 작년 동기대비 30% 정도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인터파크 유아동·출산용품 CM 이종호 과장은 "완구 기저귀 분유 등 모든 용품이 전반적으로 작년 대비 매출이 상승했고 올 막바지까지도 그 신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100명의 출장산후조리 도우미를 확보하고 있는 참사랑어머니회 김정옥 지점장은 "요즘은 급하게 들어오는 예약은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작명소도 문전성시이다. 영도 해동철학원을 운영 중인 권영석 원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45명 이름을 지었는데 올 들어 하반기에는 최소 67명은 이름을 지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신세대 부인들에게는 인터넷 작명소도 인기다. 비용이 8만~10만 원 안팎으로 저렴하고 이름도 세련되게 잘 짓는다고 벌써 입소문이 나 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추억으로 남기고자 하는 산모들 사이에는 만삭사진 잘 찍는 사진관 정보교환도 분주하다. 수영구 광안4동 스튜디오 베이비별의 한병우 사장은 "만삭사진 촬영이 지난해 월 평균 20건 안팎이었다면 올해는 배 이상 늘었다"고 웃었다.

출산율 올해는 높아졌지만… 부산시가 집계한 혼인신고건수는 2005년(1만8973건)까지 계속 감소하다 쌍춘년이었던 지난해 2만17건으로 증가했다. 출생신고건수는 지난해 1~9월 1만9391명이었으나 올해는 2만1096명(잠정집계)으로 늘어났다.

정부와 부산시가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산모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산모·신생아 도우미 파견제도는 올 들어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795명분 예산을 확보했다가 신청자가 적어 500명만 지원하고 나머지 돈은 반납했다. 올해는 9월말까지 신청자수가 1943명에 달하며 연말이 되면 목표치(2213명)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는 가정에 지원하는 출산장려금 신청도 줄을 이어 9월말 현재까지 1510명에게 지급됐고 연말에는 2000명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규모는 지난해 1648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다.

그러나 이 같은 출산붐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산산부인과의사회 안광준 회장은 "좋은 띠 선호 풍조 덕에 출산이 소폭 늘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출산계획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바람에 내년에는 오히려 더 떨어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아기를 낳기 위해 제왕절개를 하는 맞춤출산도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나저나 나중에 학교 들어갈 때가 걱정이네요. 학생수가 많으면 대학 경쟁률도 높아지잖아요." 예비엄마 서연경(34) 씨의 많이 행복하고 조금은 때이른 고민이다.

국제신문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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