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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 이름으로 바꾸자 관광객 년2만 → 150만명
서부지역 시골 ‘중뎬’ 주민들 관광부자 늘고 초특급 리조트도 유치
[조선일보 박종인기자]
“…설산에 금빛 찬란한 절이 있다. 신비하다. 빙하와 숲과 호수와 대초원이 있다. 초원에는 소와 양이 떼지어 다닌다. 미려하고 고요하고 여유가 넘친다. 세상과 동떨어진 곳이다….”
1933년 미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의 한 대목이다. 힐튼은 이런 지상낙원이 히말라야 동쪽에 있다면서 그곳을 ‘샹그릴라(Shangrila)’라고 불렀다. 때는 암울한 경제 공황(恐慌). 많은 사람들이 샹그릴라를 찾아 히말라야로 떠났다.
아돌프 히틀러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샹그릴라를 ‘순수 아리안족 혈통이 남아 있는 곳’으로 단정하고 SS부대 탐험대를 7차례나 티베트로 파견했다. 이 중 하인리히 하러와 페터 아우프슈나이터가 영국군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티베트로 탈출했다. 그들이 훗날 쓴 티베트 체류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티벳에서의 7년’이다.
1997년 9월 14일 오후 9시30분. 중국 윈난성(雲南省) 정부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성 중뎬현(中甸縣)의 디칭(迪慶) 장족자치주가 샹그릴라임이 밝혀졌다.” 2001년 12월 17일 중국 인민정부 국무원은 중뎬을 샹그릴라(香格里拉)로 공식 개명했다. “소설에 나오는 자연·문화적 환경이 디칭과 일치한다” “샹그릴라는 디칭의 장족(藏族·티베트족) 사투리로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 민속·지리·언어학자들은 논문을 통해 ‘샹그릴라=디칭’임을 ‘입증’ 했다. 2003년 유네스코는 샹그릴라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래서 지금은? 한 해 평균 2만명이었던 관광객이 2005년에 150만명으로 늘었고 가난에 찌들어 살던 사람들이 갑부를 꿈꾸게 됐다.
샹그릴라는 중국 윈난성 성도 쿤밍(昆明)에서 비행기로 50분 거리 북쪽에 있다.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이다. 만년설 아래 초원엔 말들이 풀을 뜯고 진분홍색 머리띠와 앞치마를 한 여인들이 스쳐간다. 큼직한 티베트식 가옥들은 창문마다 문양이 화려하다.
구절양장(九折羊腸) 고갯마루에서 차가 멈춘다. 아득한 아래에 대초원이 펼쳐져 있다. 안내원 톱탠(42)은 “장마철이 되면 호수로 변하는 곳”이라 했다. 호수로 변하기 전 봄이 오면 온갖 꽃들이 피어나 초원을 뒤덮는다. 소설에 나오는 ‘대초원’과 ‘호수’와 ‘설산(雪山)’이다. 그럼 신비한 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