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언제나(조회수:240)
(2008-10-02 12:45:46)

 

[농어촌을 살리자] "지열로 냉난방… 기름값 걱정 안해요"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8.10.02 02:18

 


◇충남 부여의 아현영농조합법인 구남봉 과장이 파프리카 열매를 살펴보고 있다. 이 조합은 지열냉난방 설비를 도입한 이후 온실 온도조절에 더 신경쓰면서 수확량이 30% 정도 늘었다.
최근 국제 원유가가 크게 올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홍역을 앓고 있다. 우리 농촌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용 면세 경유가격은 2004년 ℓ당 417원 하던 것이 최근 1200원을 넘어섰다. 농업용 면세유가 오르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시설원예 농가다. 시설원예 농가의 경영비 가운데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50%에 이른다. 우리나라 난방재배 면적의 93%는 기름보일러에 의존하고 있다. 

고유가로 생산비가 올랐지만 농가가 채소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농산물시장이 개방돼 가격 경쟁력이 더 나빠질 뿐이다. 그렇다고 시설원예 농사를 포기할 수도 없다.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 투자한 금액이 커 마냥 놀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시설을 그냥 방치했다가는 망가질 수도 있어 본전도 안 되는 농사를 짓는다는 푸념도 들려온다. 




◇지열냉난방 시스템의 축열 탱크.
그런데 기름을 전혀 때지 않고도 에너지 비용 절감과 품질향상, 수확량 증가로 소득을 높인 시설원예 농가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농가들은 기름 냉난방기 대신 지열을 이용한 전기 냉난방기를 쓰고 있다. 

◆난방비 30% 절감=9월30일 정오쯤 충남 부여군 임천면의 아현영농조합법인. 열대작물인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는 이 조합의 온실 안은 한낮인데도 환기가 잘 돼 선선했다. 온실 특유의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없었다. 

아현조합 구남봉 과장은 "파프리카는 온도 조절을 잘해야 열매가 커져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더울 때 온도를 떨어뜨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열냉난방 시스템을 위해 필요한 전기 설비.
구 과장에 따르면 파프리카는 이론상으로 낮에는 섭씨 25도, 밤에는 17.5도 정도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 계속 온도가 높으면 영양분이 열매로 몰리지 않고 작물 전체로 분산되기 때문에 열매가 커지지 않는다. 따라서 저녁 때는 시원하게 해 줘야 열매가 커져 품질도 좋아진다. 

습도도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돌려 75%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더운 6∼9월에는 냉방기를 돌려 이 정도 수준으로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름을 때서 냉방을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현조합도 예전에는 여름철 온도와 습도 조절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구 과장은 "여름에 온도와 습도 조절을 안 하다 보니 파프리카 열매의 크기가 작아 거의 제값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의 지열냉난방 설비 공사 작업 현장.
그러나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들여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땅속에 파이프를 묻어 지열을 흡수한 것에 전기에너지를 더해 냉난방기를 가동하는 방식이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날씨가 차가울 때 1ha(1만㎡) 기준으로 한 달에 10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들던 난방비가 500만∼7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날씨가 더울 때 냉방에 드는 비용도 30% 이상 감소했다. 그러다 보니 여름철에는 밤 온도를 20도 정도까지는 유지할 수 있었고, 습도도 90%를 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파프리카 열매가 커져 품질이 좋아지면서 가격도 올라갔다. 

이처럼 연중 온도관리가 이뤄지면서 파프리카 수확량도 30% 늘어났다. 예전에는 3.3㎡당 수확량이 55㎏ 정도였으나 지난해에는 75㎏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80㎏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 과장은 "요즘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는 지열 냉난방의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전기 공급은 변동이 크지 않아 안정적인 영농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멀리 본 투자=2003년 이 마을 6개 농가가 참여해 설립한 아현조합은 3.3ha(3만3000㎡)의 온실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1ha를 2006년 10월 지열냉난방 시스템으로 바꿨다. 아현조합은 2006년 당시 시설비 9억원 가운데 70%를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아 수직밀폐형 지열냉난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합이 부담한 설비비는 2억7000만원. 2006년 12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1년간 연료비 절감과 파프리카 생산 증가에 따른 추가이익은 2억2700만원으로 설비비의 84%에 이른다. 올해 농사까지 더하면 기존 설비 투자에 든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는다.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설비비를 회수한 셈이다. 

구 과장은 "에너지 비용 절감도 중요하지만 농업인은 그보다 품질 향상과 수확량 증가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투자비는 길어도 3년이면 회수가 되지만 품질 향상과 수확량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생해서 농사를 짓기보다 차라리 그 돈을 은행에 묻어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사실 지열 냉난방시스템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농가로서는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찮다"며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여=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농어촌을 살리자] 지열난방 시스템 전국 농가 보급
농진청, 사업비 1166억 투입… 에너지 비용 절감에 큰 효과
관련이슈 : 농어촌을 살리자
  •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지열난방시스템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주목받고 있다.

    1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최근 농진청이 개발한 축열식 수평형 지열난방시스템은 경유 온풍난방기보다 난방비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 진주시의 한 육묘온실은 이 시스템을 설치해 연간 난방비를 78% 절감하고 있다. 10a당 연간 1121만4000원이 절약되고 있다. 더구나 이는 농업용 면세유 경유 1ℓ 가격이 820원일 때 집계한 것으로 최근 면세유 경유 가격이 1200원을 넘어서는 등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난방비 절감액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경북 영천의 한 농가도 이 시스템을 설치해 유류 난방을 할 때와 비교해 70%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평형 지열난방시스템은 3m 정도 깊이의 땅속에 파이프를 깔아 땅속의 열을 흡수한 뒤 히트펌프를 이용해 에너지로 만든다. 여기에 전기에너지를 더해 온실 등 농업시설에서 냉·난방기기를 돌리도록 설계돼 있다. 겨울에는 섭씨 5∼15도의 지중열을 흡수해 이를 40∼50도로 높여 난방하고, 겨울에는 시설 내부의 열을 흡수해 지중으로 방출함으로써 냉방을 하는 구조다. 땅속의 열을 공짜로 끌어다 쓰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이 절감된다.

    지열난방시스템은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도 중요하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시설원예 농가의 생산비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친환경 청정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올해 지식경제부의 추경예산 가운데 700억원을 확보, 지방비 20%와 농가 자부담 20%를 포함해 총 사업비 1166억원을 시설원예 지열난방시스템 보급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지난달 22∼29일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지열난방시스템 설치를 희망하는 농가와 법인체로부터 사업신청서를 접수했다. 사업대상자 최종 선정은 이달 중순쯤 이뤄질 전망이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