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언제나(조회수: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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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6 00:00:01)






아제르바이잔이란 나라는 한국과는 관련이 없는 먼 나라처럼 느껴진다. 아제르바이잔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인터넷으로 여행 정보를 한번 찾아보라. 여행 정보랄 것이 없다. 아제르바이잔에 관광명소가 별로 없어서겠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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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광뿐만이 아니라 경제나 교역 문화 교류 심지어 외교에서조차 아제르바이잔은 우리에게 낯선 나라다. 한국과 아제르바이잔 양국 모두 상대국의 대사관조차 없는 실정이니 서로 얼마나 소원하게 지내왔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정서적으로 이렇듯 먼 나라에 한국을 짝사랑하며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무엇 때문에 한국에 그토록 많은 관심을 가질까"란 의아한 생각부터 들지 않을까.<사진설명=바쿠 시내에 위치한 세바 건물 입구> 

‘세바(SEBA)’가 바로 그런 단체다. 세바는 서울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를 결합해 만든 단어다. 풀이하자면 아제르바이잔·한국 문화교류협회라고 할 수 있다. 세바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주도해 만든 단체로 활동도 아제르바이잔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6월말 바쿠에서 한국문화주간을 개최하고 지난해 10월 중순에는 한국 영화제를 열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세바는 설립 과정부터가 매우 흥미롭다. 세바 설립을 주도한 인물은 아제르바이잔 비상사태부 장관인 캐말래딘 헤이대로브. 헤이대로브 장관은 아제르바이잔의 유력 기업인으로 활동하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해 관세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헤이대로브 장관이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제르바이잔 태권도협회 회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 아제르바이잔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스포츠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스포츠 육성을 위해 장관들에게 의무적으로 스포츠협회 하나씩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헤이대로브 장관이 맡게 된 스포츠협회가 태권도협회였다. 

◆아제르바이잔 현직 장관의 한국 사랑 

헤이대로브 장관은 태권도협회장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러한 관심은 두어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사랑으로 변했다. 헤이대로브 장관은 현재 아제르바이잔 태권도협회장이자 세계태권도협회 부총재 6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약하고 있다. 

헤이대로브 장관은 직접 태권도를 하지는 않지만 태권도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사재를 털어 아제르바이잔에 있는 태권도 사범 200여명에게 도장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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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태권도협회 기술심의회 의장이자 세계태권도연맹 국제 심판인 오광철씨는 "아직 아제르바이잔에서 태권도 도장 운영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헤이대로브 장관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제르바이잔은 공산 치하 때부터 일본 가라데를 적극 권장해 아직도 가라데 수련 인구가 가장 많긴 하지만 최근에는 태권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헤이대로브 장관은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면서 이왕이면 한국과의 교류 범위를 문화와 교육 등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헤이대로브 장관은 자신의 이런 아이디어를 부인에게 전달하며 문화교류협회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사진설명=루핸기즈 헤이대로바 세바 회장. 벽에 태극기와 아제르바이잔 국기 모양을 결합한 세바 로고가 걸려 있다.> 

헤이대로브 장관의 부인인 루핸기즈 헤이대로바씨는 남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2004년 11월에 남편과 함께 사재를 털어 세바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세바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헤이대로바 회장은 "태권도 수련 모습을 보고 남편이 태권도에 반한 것 같다"며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된 이후 한국에 대해 굉장한 호감을 갖게 됐다"며 세바를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세바 설립에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경희대 전 총장)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헤이대로바 회장은 "태권도를 매개로 조정원 총재를 알게 됐고 조 총재가 세바 설립에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며 "지난해 바쿠에서 한국문화주간을 개최했을 때 경희대에서 무용단과 한의대 의료단도 파견해줬다"고 소개했다. 현재 세바 한국측 회장은 개인 사업가인 이수흥씨가 맡고 있다. 

◆태권도 한국어 인기 동반 상승 중 

세바가 설립된 이후 처음 가진 행사는 지난해 6월25∼30일에 바쿠시에서 열린 한국문화주간이었다. 이 때 한국의 화가와 의상 디자이너 무용가 요리사 등이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 한국의 현대 미술과 디자인 고전 의상을 소개하고 무용 공연을 펼치고 한국 요리를 선보였다. 한국 침술도 소개했다. 

이어 10월17일∼20일에는 한국 영화제를 갖고 ‘공동경비구역(JSA) ‘편지’ ‘아름다운 시절’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상영했다. 엘다르 굴리예프 아제르바이잔 영화감독연합회 회장은 영화제 당시에 "한국 영화제는 우리 문화계에 있어서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역사상 처음으로 바쿠 영화관의 스크린 위에 한국 영화들이 선보였고 영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고 평했다. 

이 때 영부인인 메흐리반 알리예바 여사도 많은 관심을 갖고 행사를 후원해줬다. 헤이대로바 세바 회장은 "영부인인 알리예바 여사는 문화친선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세바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이대로바 회장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에 대한 반응이 좋아 올 6월23일 24일에는 한국문예창작학회와 바쿠대학이 공동으로 ‘문화·언어·신화’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갖고 한국 전통무용 중심의 공연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을에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한국영화제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런 활동의 도움인지 아제르바이잔에서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아제르바이잔에서 한국어를 전공할 수 있는 학교는 바쿠시에 위치한 외국어대학교가 거의 유일했다. 외국어대학교는 1994년부터 한국어과를 개설 2년에 한번씩 8∼9명씩의 학생을 선발해 한국어 전문가를 양성해왔다. 

올해에는 명문 종합대학교인 바쿠대학교도 한국어과를 신설해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게 됐다. 세바에서도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자체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불의 나라’란 뜻이다.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은 옛부터 땅 여기저기에서 불이 올라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런 연유로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불을 숭배하는 고대 종교인 배화교가 탄생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는 ‘바람의 도시’란 뜻이다. 바쿠는 카스피해에 인접한 도시다. 바람이 얼마나 심한지 카스피해 부근의 나무들은 모두 카스피해 쪽으로 비스듬히 자라나 있다. 

불과 바람의 땅 아제르바이잔. 그만큼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웃나라 아르메니아와 오랜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고 페르시아와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시달린 눈물의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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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는 카스피해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유를 토대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비슷한 역사 비슷한 열정 비슷한 저력을 가진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아르제바이잔 곳곳에 한국의 불길이 솟아오르고 카스피해에 한류의 바람이 몰아칠 날을 기대해본다. <사진설명=바쿠 부근의 카스피해에서는 곳곳에서 유전 개발이 한창이다.>

 

바쿠(아제르바이잔)=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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