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대륙붕 쟁탈전 시작됐다

2009.07.2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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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언제나(조회수: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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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2 00:00:01)










한·중·일 대륙붕 쟁탈전 시작됐다
[주간조선 2006-05-30 12:17]










중국 일본에 7광구 공동개발 제의… 한국의 서해탐사도 방해
일본은 200해리 초과 부분까지 권리 확대 위해 대대적 해저탐사


대륙붕을 둘러싼 한·중·일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통상 육지에서 이어진 수심 200m까지의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해저를 뜻하는 대륙붕은 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해부터 제주 남쪽 동중국해까지 펼쳐진 대륙붕에는 상당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중·일 3국은 대륙붕 자원 확보를 위한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고 최근에 국제적인 자원 확보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신경전도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대륙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중·일 실무회의에서 한·일 공동대륙붕을 공동개발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공동대륙붕은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九州) 서쪽 동중국해 북쪽에 위치한 해역으로 흔히 7광구로 불린다. 8만여㎢의 이 해역에 대해 한·일 양국은 1974년 협정을 맺어 공동개발구역(JDZ)으로 정했고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매장량 조사를 벌여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중국이 20여년 역사의 한·일 공동 대륙붕에 ‘끼어들기’를 시도한 것이다. 물론 중국의 이번 제의에 대해 한·일 양국은 불쾌감과 수용 불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의 대륙붕에 대한 야욕은 뿌리 깊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서해 대륙붕에서 해저광물자원에 대한 탐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해저광구를 지정하면서 ‘중간선 원칙’을 적용했다. 대륙붕의 영유권을 판단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1958년 제1차 유엔해양법회의에서 채택된 대륙붕 조약은 대륙붕의 영유권은 그 대륙붕이 시작된 나라에 귀속된다는 이른바 자연연장설을 따랐다. 하지만 1982년 발표된 유엔해양법협약은 해저 지형이 아니라 거리를 기준으로 바다를 갈라 연안에서 200해리까지를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정하도록 했고 바다 폭이 좁을 경우엔 가상의 중간선을 경계로 삼도록 했다.


우리가 서해 대륙붕에 대해 중간선 원칙을 적용해 탐사에 나서자 중국은 1973년 3월 15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이 불법적으로 중국의 해저자원을 탈취하려 한다’는 비난을 하고 나섰다. 중국이 한국의 서해 대륙붕 개발에 이의를 제기하는 근거가 바로 자연연장설이다. 중국의 주장에 따르면 서해는 전체가 하나의 대륙붕인데 중국 대륙에서 흘러나온 충적된 진흙(Slit line)이 3분의 2를 덮고 있기 때문에 대륙붕의 3분의 2에 대한 권리가 중국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한국은 유엔해양법협약을 근거로 중간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서해 대륙붕에 대해 자연연장설을 고집하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 2004년 6월 초 중국은 베트남과 통킹만 대륙붕 경계획정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통킹만 대륙붕은 모양상 3분의 2가 베트남 쪽에 3분의 1이 중국 쪽에 속해 있는데 양국간의 경계 획정에서는 이 같은 해저지형이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이 이중적인 잣대로 해양을 구획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비난할 정당성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대륙붕 탐사에 대한 첫 비난 성명 이후 무력행사까지 하며 대륙붕 야욕을 버리지 않았다. 예컨대 1973년 3월 한국의 2광구 조광권자였던 걸프사가 시추작업 끝에 유징을 발견하자 중국 군함이 시추선에 접근해 사흘 동안이나 무력 시위를 벌인 일이 있다. 또 2001년에는 한국석유공사의 탐사선이 2광구에서 탐사를 하다 중국 군함의




경고와 방해로 배를 돌린 일도 있다.


일본 역시 대륙붕에 대한 야욕은 중국 못지 않다. 현재 러시아와 북방 4개 섬 분쟁 한국과 독도영유권 분쟁 중국과 조어도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은 유엔 대륙붕경계위원회에 제출할 대륙붕 확장 조사보고서를 지난 20여년간 치밀히 준비해 오고 있다. 일본의 대륙붕 조사목적은 대륙붕 경계선을 350해리까지 연장함으로써 더욱더 많은 광물자원을 확보하고 해상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1982년의 유엔해양법협약은 대륙붕 개념을 적극적으로 확장 ‘육지영토의 자연적 연장부분이라 할 수 있는 대륙변계(大陸邊界)의 외측까지 또는 대륙변계의 외측이 200해리까지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영해기준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거리에 있는 해저 및 지하’로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연안대륙변계가 길게 연장되는 특정한 지질과 지형의 조건하에서는 최대 350해리까지 대륙붕을 확대시킬 수 있다. 특정 국가가 200해리를 초과해 대륙붕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2009년 5월 13일까지 관련 자료를 유엔 대륙붕경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대륙붕경계위원회는 관련 자료 심사 후 경계 상황을 연안국에 건의하고 연안국이 이 건의에 기초하여 대륙붕 경계선을 확정하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일본은 2007년 12월까지 대륙붕 탐사를 마쳐 유엔의 최종 시한까지 상세한 서면 신청자료를 제출해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정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1983년 10월부터 새로 건조한 해상보안청의 측량선 ‘다쿠요호(拓洋號)’를 투입해 주변 해역 대륙붕을 샅샅이 조사해 왔다. 지난 20여년간 약 65만㎢의 해역을 조사했는데 일본 해상보안청이 공포한 대륙붕의 조사범위에는 한국과 중국의 대륙붕과 경제수역이 들어간다. 즉 동남부 태평양상의 오가사와라제도(小笠原諸島) 오키노도리시마(沖之鳥島) 미나미도리시마(南鳥島) 조어도(釣漁島·센카쿠 열도) 독도 주변 등 9개 해역이 여기에 포함된다.


일본은 대륙붕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행정적으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 내각은 2002년 6월 내각관방 방위청 외무성 문부과학성 수산청 자원에너지청 국토교통청 해상보안청 환경성으로 구성된 ‘대륙붕 조사연락회의’를 발족시켰고 2003년 6월에는 해양과학과 국제법전문가로 구성된 ‘대륙붕 조사 평가 건의 회의’를 출범시켰다. 또 2003년 12월에는 내각관방 밑에 ‘대륙붕 조사 대책실’을 증설하였고 2004년 8월에는 ‘대륙붕 조사 연락회의’를 확대하여 관방차관을 의장으로 하는 ‘대륙붕조사 해양자원 등에 관한 유관 성·청(省·廳)연락회의’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성·청마다 업무를 분담하여 대륙붕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해상보안청은 ‘해저지형을 정확히 조사’하고 문부과학성은 ‘지형구조를 탐사’하며 경제산업성는 ‘해저암석표본을 채취’하는 식이다.


일본의 대륙붕 조사는 그야말로 민관(民官)이 혼연일체가 돼 있다. 2003년 11월 일본 정부의 대륙붕 조사에는 일본석유광물연맹 일본석유개발공사 일본철강연맹 일본토목공업협회 등 10여개 해양개발사업단체 등이 참여했고 2004년에는 일본석유자원개발주식회사 신일본제철주식회사 등 5개 회사가 ‘일본 대륙붕 조사 주식회사’를 출범시켜 해상보안청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2004년 2월 19일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106명이 ‘대륙붕 조사 추진연맹’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의 이러한 대륙붕 야욕 앞에서 한국은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한국에




대륙붕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적인 가치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한국은 대륙붕 때문에 이미 산유국의 반열에 올라 있다. 1998년 울산 앞바다 대륙붕 6-1광구에서 발견된 유전에서는 2004년 7월부터 하루 1200배럴의 초경질 원유가 생산되고 있다. 이 광구에서 확인된 가스 매장량만 2500억입방피트로 LNG로 환산하면 500만t 연간 국내 전체 소비량의 2%에 이르는 규모다. 이는 대륙붕 탐사가 시작된 1961년부터 따지면 28년 만의 성과였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3월의 고래 8구조 지난 2월의 고래 14구조 등 잇단 가스층 발견으로 대륙붕 탐사의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인근 국가들의 대륙붕 야욕을 막을 방어책이 아직 허술하다. 탐사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투자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법률도 정비가 시급하다. 한국은 1996년 ‘배타적경제수역법’ 제정 당시 대륙붕에 관한 별도의 명문조항을 두지 않았다. ‘배타적경제수역법’은 사실상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동일시하고 있어 향후 한·일 한·중 당사자간 대륙붕 협상시 7광구와 같은 배타적 경제수역 이외의 대륙붕에 대해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국내법적 근거가 없다.


또 1970년대 한국이 대륙붕을 개발할 법적 근거를 제공한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의 경우 해저광물을 석유 및 가스로 제한하고 있어 유엔해양법협약이 제시한 생물 및 무생물자원 개발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 수준으로 대륙붕 개발에 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7광구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규정한 ‘한·일 대륙붕공동개발협정’도 불완전한 것이다. 1974년 이 협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일 양국은 대륙붕 분쟁을 겪으며 복잡한 협상을 벌여 나갔다. 당초 서해 대륙붕에 중간선 원칙을 적용한 한국은 제주도 이남과 일본 규슈(九州) 서쪽의 해역(현 7광구)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유리한 자연연장설 적용을 고집했다. 물론 일본은 이에 맞서 중간선 원칙을 고집했다. 그러다 일본은 당시까지 지배적 이론이었던 자연연장설을 적용할 경우 자신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한·일 간의 중간선에서 일본 쪽으로 넘어온 부분은 양국이 50%씩 지분을 갖고 공동개발하자”고 제의해 협상이 타결됐다.


결국 한국의 대륙붕 조약에는 두 개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즉 한국이 선포한 7개의 해저광구 중 서해 4개 광구에는 중국과의 중간선 원칙이 쓰시마 섬 북동 수역 제6광구에는 일본과의 중간선 원칙이 채택됐지만 7광구에는 자연연장설이 적용됐다.


문제는 일본이 자연적인 대륙붕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해양 경계획정과 관련해 자연연장설보다는 거리 기준을 강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자연연장설에 입각해 해양을 구획했던 7광구 협정이 2028년까지만 유효한 한시법이기 때문에 2028년 이후 일본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현재 중국이 7광구와 연결된 석유매장 지역에서 이미 석유를 채굴하고 있고 이번에 일본에 7광구 공동개발을 제의한 점을 감안하면 7광구에 대한 우리의 권리 확보는 시급한 현안이다. 중·일 간 동중국해 석유공동개발 협상이 이뤄질 경우 우리의 대륙붕 협상에서의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한·중·일 다자간 해양대화 기제를 만들어 당사자로서 참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박병구 칭화대 박사과정·‘한중일 석유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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