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 다른 카페에 작성한 페이퍼입니다.

교육과정 개정 작업으로 지리과가 위기인 듯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어야 겠죠. 시간 나실때 시집 한번 펼쳐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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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와 문득 시 한편 읽어볼까 서재를 뒤지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시집을 찾아 보았습니다.

몇권 있네요. 이중에서 제 멘탈에 큰 자양분이 되어준 시집과 시 몇 편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써야 할 글도 있고, 읽어야 할 책도 많지만, 문득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 언젠가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시'이기에 노트북 들고 카페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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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입니다. '선운사에서'라는 아주 잘 알려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가 있지만, 이번에는 다른 시 두편을 올립니다. '가을에는'이라는 시입니다. 지금도 가을이네요. 3년 전에 밑줄치고 메모한게 있네요. 딱 한마디 '그러게...'

언제나 사랑이라는게 그리움이라는게 "내가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갈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의 동의도 없이 떠나는것 또한 사랑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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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는 '사랑의 힘'이라는 시입니다. 사랑의 힘이야 말해야 뭐하겠습니까!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저같은 "바보도 시를 쓰"게 하는게 Power of Love겠죠. 저는 이 시에서 "정녕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도 기꺼이 속아주지 않으리"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결국 사랑이란 그 전제가 '기만'인건 아닐까 하는 비관적 생각도 드네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히 불인걸 알면서도 죽을줄 알면서도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어쩔수 없는거겠죠. 아마도 그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이 세상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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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은 이성복 시인 시집입니다. 제가 이 시인을 알게 된 시는 '남해 금산'을 통해서입니다. 이성복 시인의 동명의 시집으로 두번째 시집이죠. "그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로 시작하는 두 남녀의 사랑에 관한 시입니다. 저는 이 시를 알게 된 다음부터 경상남도 남해에 있는 이 '금산'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에 가면 과거의 많은 일들이 다시 생각나고 다시 슬퍼지고 또다시 웃으며 살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여하튼 이성복 시인의 시 정말 좋습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시는 '전어'입니다. 어쩌면 이 시를 읽고 나면 가을이 제철인 '전어'를 보는 시선이 바뀌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전어에게 미안한 마음에 전어 대신 '꽁치'로 메뉴를 바꾸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메모했듯이, 전 이 시를 읽고 참 '투명'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 속에 나오는 '회 뜨는', '모가지', '검은 피', '뱃대기' 같은 단어와는 반대로 참 투명하다. 맑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전어의 희생을 통해 인간 세계의 평화와 투명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전어이니, 가정의 평화를 지켰을테니 일면 억지 같은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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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번째 시인은 제 인생을 조금은 바꿔 준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기형도 시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있는 시 두편입니다. 기형도 시인은 아까운 29살의 나이에 심야 극장에서 죽은(?)채 발견되었습니다. 이 시집도 그가 죽은 후 발간되었습니다. 기형도의 시는 무겁고 무겁고 어둡습니다. 그래서 더 끌려드는 힘이 있습니다. 희한한건 '질투는 나의 힘'이란 동명의 영화는 박찬옥 감독의 영화인데, 저는 왠지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읽거나 생각을 하면 홍상수, 김기덕 감독이 생각납니다. 김기덕 감독은 뒤에 소개하는 '빈집'이라는 시 제목과 같은 영화를 만들었죠. 여하튼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참 홍상수 감독 좋아하시는 분 계시나요? 전 이 감독을 아니 이 감독의 작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참 별것 없이 사람을 웃기고, 슬프고,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들도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느끼실때가 있나요? 어쩌면 인간은 이승에서는 "한번도 스스로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일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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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는 제가 읽고 있으며 아는 시 중에 첫번째로 꼽는 기형도의 '빈집'입니다. 첫 문장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마지막 문장의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를 통해 왠지 시를 읽은 이로 하여금 '잃고', "갇힌" 존재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기형도 시인이 이 시를 창작할 당시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또는 정말로 사랑을 잃고 헤매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시'라는게 이렇게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주는게 매력이 아닐까요? 격하게 공감하고 참을 수 없이 이해되는, 그런 시 한번 읽어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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