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물이 말라간다

2009.07.29 21:53

관리 조회 수:1721

이름조성호(조회수:1399)
(2004-04-08 00:00:01)

식수부족 전세계 11억명

물 문제에 대한 지구촌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물은 생명이라거나 물 위기는 생명의 위기라는 명제는 더이상 진보적 환경운동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특별총회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환경장관들도 이런 인식에 큰 차이는 없었다. 사실 지난 2000년 유엔이 새천년선언에서 "2015년까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세계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천명하고 2002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WSSD)에서 각국 정상들이 이를 재확인했을 때 이미 국제사회는 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실천은 여전히 회의장 주변에 머물고 있다.


● 물 문제는 환경 문제


클라우스 퇴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이 제주에서 언급한 대로 물 위기와 관련해 제기되는 통계들은 국제사회가 시급히 행동에 나서야 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해주고 있다.

현재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는 전세계적으로 약 11억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 인구는 2025년까지 30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위생적 식수에 따른 수인성 질병으로 해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3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물풍요국가군에 속하는 중국이 2030년 이후 불부족국가군에 들어가는 것을 비롯해 25년 안에 전세계 5개 나라 가운데 1개 나라가 심각한 물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이런 세계적 물 부족에 따라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공동수자원 관리를 비롯한 물 문제가 21세기 국제 분쟁의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국도 지구적 물 위기의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기준으로는 우리나라는 짐바브웨 레바논 말라위 체코 덴마크 폴란드 소말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함께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된다. 2002년 현재 1493㎥인 국민 1인당 가용 연간수자원량은 2025년이면 1340㎥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세계적 물 위기는 지구의 물이 줄어들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물 위기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 문제이다. 하지만 환경오염이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의 양을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물 위기는 환경문제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각종 오염물질이 자연의 자정능력 한계를 넘어 물 순환계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프리카와 중동 등 국지적으로는 가뭄과 집중호우의 증가 등도 직접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배출 등에 따른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다.


● 물 상업화 규제 목소리 높아


지난달 27~28일 제주도에서 열린 지구시민사회포럼에 참석한 세계 40개국 200여명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물 위기를 가져온 원인의 하나로 물의 상업화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미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남미와 남부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의 물 공급 체계를 장악한 비벤디 수에즈 벡텔 등 거대 기업들이 이윤 추구에 몰두해 물 공급망 개선보다는 물값 올리기에만 급급하는 것이 빈곤층의 물에 대한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지구시민사회포럼에서 세계 3대 환경단체의 하나인 지구의 벗 의장 리카르도 나바로 박사는 "물은 모든 생명을 연결하는 끈이며 생명의 본질인 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며 "물로 돈 벌이를 하는 국제적 대기업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물의 악의 축"이라고 주장했다.

지구시민사회포럼 참석자들은 제주에서 채택한 공동 성명에서 물에 대한 상업화와 사유화를 당장 철폐하자고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각국 정부에 물 관련 민간 부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각국 정부가 물 관련 기업의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기술적 역량을 배양하고 물 관련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며 이들이 좀더 책임성 있고 투명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 문제 개선은 기업의 협력과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정부기구와 비정부기구 사이에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물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근본 원인은 돈 문제다. 물 문제로 당장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 대부분이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는 어려운 빈곤국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원조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유엔환경계획 사무국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선진국들이 국민총생산(GNP)의 0.7%를 정부개발원조(ODA)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뒤 12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약속이 이뤄지기는커녕 0.36%에 이르던 비율이 되레 0.2%로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2004.04.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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