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와 러시아 순혈주의의 만남

2010.03.15 12:20

햇빛눈물 조회 수:6760

ps : 사실 이번 러시아 한국인 유학생문제는 피해자가 한국인이지만, 미래에 한국에서 외국인이 피해자인 사건으로 충분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가된다. 스킨헤드 같은 순수혈통주의와는 다른 한국도 '한민족'이라는 민족주의적, 혈통주의적 감정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은 우리가 피해가인 동시에 가해자일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선래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
한겨레신문 2010.3.15 

짧은 머리에 가죽옷, 그리고 그 가죽옷에 달려 있는 반짝이는 금속물체들…. 이들이 스킨헤드들이다.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유색인종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고 다닐까.

히틀러의 탄생일인 4월20일은 스킨헤드들에게 가장 큰 축제의 날이다. 러시아의 스킨헤드들은 이날을 기념하면서 순수한 ‘루스키’(러시아) 혈통을 강조하고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테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얼마 전 있었던 한국인 유학생에 대한 잇따른 인종테러도 이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스킨헤드는 1960년대 후반 패션·음악·생활에 영향을 받은 영국 노동자들의 하부문화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스킨헤드의 하부문화에 정치성향과 인종적 태도가 혼합되면서 현재의 극우 인종차별주의로 발전하였다. 러시아의 스킨헤드는 1980년 중반 이후부터 러시아 청년 하부문화에서 발생하여 나치즘과 연결된 나치스킨(Nazi Skinheads)으로 발전하였으며 이념적 성향이 무질서하게 혼합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스킨헤드는 이념에 의한 행동이라기보다는 무질서한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극단주의 그룹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러시아 스킨헤드의 특징을 몇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소비에트 체제 붕괴 이후 경제난과 빈부격차의 심화로 소외계층 청년들의 불만이 누적되었으나 이런 불만을 분출할 만한 사회적 통로가 없었다. 그 결과는 ‘희생양’ 힘없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태도였다.

둘째, 러시아의 극우성향을 지닌 정치단체들이 이런 불만 소외 청년들을 조직화하여 이들에게 치기 어린 민족감정을 불어넣어 주었다.

셋째, 2000년대 이후 러시아의 고도성장의 그늘에 가려졌던 소외계층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러시아 내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극단적 반감으로 표출되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에서 자행되는 인종테러는 해마다 2만건이 넘으며, 최근 5년 사이에는 매년 5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살해당했다. 지난해에는 희생자가 갑절인 1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희생자들의 대다수는 소연방 구성 공화국이었던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과 캅카스인들이다. 이들은 러시아공화국에서 잡일과 3D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서 약 1000만명이 일하고 있다. 러시아 스킨헤드는 이들 때문에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빈곤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러시아인들이 마다하는 일자리를 이들 외국 노동자들이 차지하였고 현재 러시아 경제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이은 인종테러에 대하여 러시아 정부도 2006년 7월 극단주의 단체 척결에 대한 연방법을 채택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가뜩이나 사회와 정부에 불만이 가득한 소외 청년세력의 극단적 인종주의가 반정부 성향의 행동으로 돌변할까 매우 조심스런 입장이다.

오는 5월9일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승전기념일이다. 러시아의 선열들이 나치 독일과 싸워 2000만 러시아인들의 고귀한 피의 값으로 조국을 지켜낸 날이다. 그러한 순국선열의 무덤 위에서 나치의 깃발 아래 러시아의 순혈주의를 주창하는 현재의 러시아 젊은이들을 과연 현재를 사는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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