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랜드 다시 '총성' 울리나

2010.03.22 20:04

햇빛눈물 조회 수:6204

ㆍ영국 석유회사 시추작업 강행에 아르헨티나 정부 강력 반발

남미 대륙에서 480㎞ 떨어진 남대서양의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섬을 두고 최근 아르헨티나와 영국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재발’했다. 영국 석유 회사인 디자이어 페트롤리엄이 포클랜드 섬 해역에서 지난 2월 22일 석유 시추 작업을 시작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를 “주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포클랜드의 영유권 문제를 유엔에서 다뤄야 한다”면서 국제사회에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1982년에 한 차례 전쟁을 벌인 양국이 석유 시추 건을 계기로 영유권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연안에서 석유 시추 작업을 하고 있는 영국 석유회사 오션가디언의 시추 장비 모습. |연합뉴스 

석유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의 전말
영국 디자이어 페트롤리엄 소유의 ‘오션 가디언’ 플랫폼이 포클랜드 해역에서 2월 22일 석유시추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영국 기업 측의 석유 시추 작업 계획이 알려지자 2월 16일 아르헨티나 정부는 “포클랜드 섬으로 향하는 아르헨티나 선박은 사전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대통령령은 포클랜드 섬을 비롯해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로 가는 선박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섬은 모두 대서양 남쪽에 위치한 영국령 섬이다. 영국 정부가 아르헨티나 대통령령을 인정하지 않았고, 디자이어 페트롤리엄 측은 시추작업을 강행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국 항구에서 포클랜드 섬으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 석유 시추에 사용될 수 있는 강철관의 선적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영국 대사관은 “아르헨티나가 자국 선박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아르헨티나 정부의 일”이라면서도 “포클랜드 섬과 주변 해역에서 영국이 갖고 있는 영유권에 대해 어떤 의심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시추가 시작되기 전인 2월 20일 “영국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외교적 해결을 통해 긴장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브라운은 “영국은 포클랜드 섬 인근 해역에서 석유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도 포클랜드 섬 해역에 해군 함정을 파견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빅토리오 타세티 아르헨티나 외무차관도 포클랜드 섬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군사적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질학자들은 포클랜드 섬 인근 해역에는 최대 600억 배럴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는 상태다. 글로벌 인사이트와 케임브리지 에너지 연구소(IHS CERA)의 쥘리에트 커는 “시추를 하기 전까지는 정확한 매장량을 알 수 없다”면서 “600억 배럴이라는 것은 다소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2007년 12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포클랜드 섬의 영유권 반환을 추진한다는 목표 아래 국제사회의 동의를 끌어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1982년 72일 동안에 걸쳐 ‘포클랜드 전쟁’을 벌였다. 승리한 영국이 포클랜드 섬 영유권을 획득했다. 당시 영국군 255명과 아르헨티나군 649명이 사망했다. 이 섬에는 민간인 23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마운트플레즌트 기지에는 영국 육·해·공군 1650명이 주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영유권 분쟁 국제 공론화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월 22~23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중남미-카리브 정상회의(CALC)에서 중남미 각국 정상들에게 포클랜드 섬 영유권 회복을 위한 지지를 촉구했다. 이번 회담에 참석한 32개국 중남미·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은 영유권 분쟁에서 “포클랜드의 영유권은 아르헨티나에 있다” “영국은 시추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채택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중남미 정상들의 지지에 사의를 표시하면서 “영국 측의 조직적인 국제법 위반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의 한 남성이 지난 2월 23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외무부 건물 앞에서 말비나스(포클랜드) 섬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석유 시추 작업에 들어간 영국을 비난하며 영국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호르헤 타이아나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은 24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영국이 포클랜드 섬 해역에서 일방적으로 벌이려는 석유 시추 작업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도록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타이아나 장관은 반 총장과의 면담이 끝난 뒤 “아르헨티나는 대화할 의사를 밝혔으나 영국은 대화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유엔과 반 총장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유엔의 대화 중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영국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포클랜드 섬 해역에서 벌이려는 석유 시추 작업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영국-아르헨티나 간의 영유권 문제를 유엔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섬에 대한 주권을 상실하고 1만4000㎞ 이상 떨어진 국가가 영유권을 행사하는 현실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포클랜드 섬을 아르헨티나에 돌려줄 것을 촉구한 데 이어 아르헨티나 정부의 영유권 회복 노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밝혔다.

한편 영국은 포클랜드 섬 해역에 대한 군사적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영국 정부가 포클랜드 해역에 잠수함 1척을 추가 배치하기로 하는 등 군사적 방어 능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잠수함 외에도 HMS 프리깃 함정이 포클랜드 해역에서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유럽 컨소시엄이 제작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가 항공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아르헨티나에 병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이 문제를 군사적 충돌보다 국제사회에 공론화함으로써 영유권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 이는 1982년 전쟁 종료를 영국의 승리가 아니라 ‘휴전’이라고 명명하고 ‘항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음으로써 포클랜드의 영유권이 어느 국가에 있는지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음을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 포클랜드 전쟁 (Falkland Islands War. 1982.4.2~6.14)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자국과 가까운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섬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하며 침공한 전쟁이다. 이 전쟁은 2개월 만에 아르헨티나군의 항복으로 종료됐다. 아르헨티나는 1816년 스페인 식민 지배로부터의 독립을 기점으로 포클랜드의 영유권은 자국에 있음을 주장, 전쟁을 일으켰다. 영국민이 최초로 상륙한 이 섬은 영국이 1982년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정착민을 이주시키면서 100여 년 동안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다. 그러나 전쟁 종료 당시 아르헨티나 측이 ‘포클랜드 휴전과 아르헨티나군의 철수에 양측이 합의하였다’고 해 ‘항복’이라는 말을 빼고 낸 성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국 간 포클랜드 영유권 문제는 여전히 미결 상태로 남아 있다.
 

위클리경향 20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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